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한 후배는 첫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질문한다고 합니다. 여러분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무엇인가요? 많은 학생들이 대답을 하면서 그 책에 대해서보다 그 책을 누가 주었는지에 대해 더 길게 말한다고 해요. 카프카의 말대로 우리의 정수리를 도끼로 내려치는 듯한 깨달음을 주는 책을 우연히 만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그 사람이 주었기 때문에 책 한 권, 사과 한 알, 꽃 한 송이가 우주의 햇살을 담고 내 인생으로 쏟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시는 잘 익은 사과 한 알처럼 달콤한 연애시로 읽힙니다. ‘당신이 주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이든 난 하나의 세계를 통째로 받은 느낌이랍니다’라는 고백처럼. 어떤 이들은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주신 부모님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이 시가 무척 슬프다네요.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강조하니까 덜 맛있는 나머지가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나요. 미안해요. 가장 맛있는 부분에 취해 당신 영혼의 나머지를 외면했던 기억이 내게도 있어요.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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