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결승선만 보면 테이프를 막 끊고 들어오는 선수나 그 뒤를 따라오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많은 선수들이 상점들을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면 경기장은 도착한 우승선수의 모습이 요란한 환호 속에서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수들의 부재로 넘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직 오지 않는 사람은 정말 없는 사람일까요? 반문이라도 하는 듯 시인은 부재의 그림자로 전세계 위에 뻗어 눕겠다고 하네요. 부재의 그림자란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인 사람이 멀리서 이곳을 향해 늘어뜨리는 존재의 흐릿한 예고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의 가슴을 치는 시구들은 이런 것이죠. “뛰기 싫어 내 인생은 지각했고/걷기 싫어 내 인생은 불참했지.” 시인의 마라톤에서는 꼭 서둘러 뛰거나 걸을 필요가 없는가 봅니다. 우리는 서둘러 뛰고 서둘러 걸어야 열심히 사는 거라 믿습니다. 그렇지만 거리의 철학자 에릭 호퍼는 이렇게 말합니다.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은 보통 인생을 충실하게 산다는 증거도 아니고, 시간이 없어서 생기는 결과도 아니다. 그 반대로 자기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생겨난다.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을 때, 다른 일을 할 시간은 전혀 없다. 그러니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정말 소망하는 일을 하기 위해 우리도 오늘 하루쯤은 지각하고 불참해보기로 해요.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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