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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카카오택시와 알고리즘 노동자

입력
2015.09.0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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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뜨고 있는 카카오 택시 등과 같은 "온-디맨드 서비스"에 연결해서 일하는 사람들을 뭐라고 해야 할까? 소비자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차를 부르거나, 음식을 주문하고, 배송을 요구하면 이들은 주문을 즉시 받아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을 받기 위해 온-디맨드 서비스 플랫폼에 노동자로 가입을 하고, 수 많은 노동자의 풀에서 가장 소비자들의 서비스에 잘 반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에게 온-디맨드 서비스 플랫폼은 인력시장이자 취업의 기회이고, 소비자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보다 편리할 수 없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자이다. 이처럼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을 시작하므로, 이들을 알고리즘 노동자로 불러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알고리즘 노동자라는 말은 팀 오레일리(Tim O'Reilly)가 미디엄(Medium)을 통해 "지속적인 부분고용(Continous Partial Employment)"이라는 커다란 패러다임에 대한 글을 발표하면서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 필자 개인적으로도 적절한 용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준용할 생각이다.

알고리즘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일감이 없을 때에는 노동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짧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주문을 기다리는 대기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본다면 굉장히 오랜 노동시간을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스케줄을 고용주들과 따로 상의해서 결정하지 않는다. 단지 스마트폰 앱에서 내가 지금 일을 할 수 있다고 설정을 하면 끝이므로 모든 것은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알고리즘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새롭게 등장한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과의 협력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본인이 결정할 수 있으며, 일을 중개하는 곳에서도 일감이 많이 몰리고, 이를 통해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는 보다 쉽게 알고리즘 노동자들에게 일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서 노동의 전반적인 생산성은 크게 증가하게 된다.

노동을 관리하는 기술에는 크게 두 가지 접근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관리자들이 관리하도록 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고, 최대한 노동을 많이 하게 하고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또 한 가지는 데이터를 관리자와 노동자에게 모두 공개하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언제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논쟁거리가 하나 생기게 되는데,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알고리즘 노동자를 이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의 직원으로 봐야할 것인지 여부다. 이 부분이 최근 쟁점이 되어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온디맨드 택시 서비스를 하는 우버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노동위원회에서 운전자들을 이 회사의 피고용인으로 봐야 한다는 심의결과가 나와서 우버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어떤 노동자로서의 삶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선입견을 떠난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콜택시 사업을 앱 하나로 압축한 미국의 우버. 우버 제공
콜택시 사업을 앱 하나로 압축한 미국의 우버. 우버 제공

이런 방식의 새로운 알고리즘 노동자가 늘어나는 경우에 일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상상을 한 번 해보자. 천편일률적인 8시간 또는 3교대 근무 등은 사라질 것이다. 그보다는 일감이 늘어나는 여부를 파악해서 일의 강도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알고리즘 노동자들은 가장 최적의 노동시간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므로 수요와 공급에 연동해서 가격체계가 변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한다면 어떤 경우에는 공급이 많아서 노동대비 수익이 적겠지만, 보다 적은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는 노동대비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에 공급을 유도하게 될 것이다. 이 때 돈을 많이 벌겠다고 너무 과잉으로 일을 하게 되면 곤란하므로, 한 사람이 1주일에 30~40시간 이상으로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알고리즘 노동자들은 개별적인 독립계약자들이 될 가능성이 많다. 휴가는 자유롭게 쓸 수 있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에는 언제든지 개점휴업이 가능하다. 이런 종류의 노동방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아무래도 이런 새로운 알고리즘 노동자들을 위한 기업들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우버 드라이버들을 대상으로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우버 드라이버들의 51%가 주당 15시간 이하를 일하며 추가적인 수익을 얻는 것에 만족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자신이 목표로 한 수익을 얻을 때까지 일한다고 답변하였다. 즉, 다른 일을 하면서 부가적인 수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과 이를 직업으로 일하는 사람이 각각 절반 정도인 것이다. 73%는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고 고정된 월급을 받는 것보다,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스케줄대로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버 드라이버로서의 삶에 만족한다는 답변을 하였다. 확실히 자유로운 노동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알고리즘 노동자의 시대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문제점도 있다. 무엇보다 뭔가 보장된 안전망이 없다. 그리고, 이런 자유로운 노동은 어떤 일자리가 있으면서 추가적인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환영할만한 것인지 몰라도 장기적인 안정성이나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사실 이런 부분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캘리포니아에서 우버 드라이버가 정식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심사를 요청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자신들이 누릴 수 있었던 자유로운 노동환경이라는 대가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유연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다른 장점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둘을 모두 가지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알고리즘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명확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이들을 지원하는 플랫폼들이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먼저 스케줄을 짜고 서비스를 연결하는 알고리즘 또는 플랫폼이 알고리즘 노동자들과 이들을 고용하는 임시 고용주들 모두의 필요성에 부합하고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알고리즘 노동자들의 스케줄 선호도를 존중해야 하며,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없이 어떤 경우에는 쉽게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알고리즘의 문제라기 보다는 고용주들이 정하는 정책의 문제다. 그러다보니 업종에 따라서는 쉽게 도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 원칙을 도입하기 어렵다면, 안정성에 목을 매다는 현재의 노동시장 선호도는 바뀌기 어렵다. 두 번째로 사람들이 꺼려하는 일이나 일하는 장소, 그리고 일이 많은 시간에 일을 하게 될 경우 이를 고려하여 자연스럽게 시간당 임금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선호가 시장원리를 통해 조절될 수 있다면 유연한 노동환경이 정착할 수 있지만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누구나 일이 적고, 접근성이 뛰어나며, 하기 편한 종류의 일만 하려고 다양한 로비나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고용주에게도 어느 정도 돌파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적용되었을 때 최악의 경우 아무도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일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 때에는 쉽게 외부에서 임시 일손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해야 기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시적으로 외부의 알고리즘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갖추는데 기존의 노동자들이 합의를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단, 기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은 없다는 것이 전제되는 첫 번째 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다.

이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노동시장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알고리즘 노동자의 삶은 최근의 노동환경의 변화나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낡은 산업시대의 관념과 선입견으로 모든 노동시장을 일괄적으로 재단하는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양질의 알고리즘 노동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게 된다면 기업이나 우리 사회의 경쟁력이 모두 진일보하고, 새로운 일자리의 강력한 옵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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