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야당 지지 속 ‘甲의 입장’ 방중

역사적 갈등 치유할 ‘제2 한중 수교’

중국 고대사 왜곡에 ‘일침’ 놓기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중국을 방문한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내일 열병식이 포함된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박 대통령의 적극적 행사 참석은 양국의 아픈 과거를 삭히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대한민국의 대승적 결단으로 이뤄진 일이다. 우리가 ‘갑(甲)의 입장’으로 중국대륙을 방문하는 기회인 만큼 양국간에 진행중인 역사인식 갈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분명하고 단호하게 ‘할 말’을 하고 돌아오기 바란다.

중국의 전승절(9월 3일) 기념식은 우리가 국군의 날에 가졌던 시가행진이나 퍼레이드와는 의미와 상징이 다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손을 들고, 9월 2일 항복문서에 서명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은 끝이 났다. 9월 3일부터 중국은 연합군의 주축으로 인정되어 이후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 자격도 얻었다. 당시 중국은 장제스 국민군과 마오쩌뚱 공산군이 함께 항일전쟁을 벌였으나 국제적 무게중심은 장제스 쪽에 있었다. 전승절은 애초 장제스 중화민국이 기념하던 것을 한반도 6ㆍ25전쟁 이후 1955년부터 중국이 군인절로 지내오고 있었다. 전승절은 7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시 주석이 새로 지정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갑의 입장’으로 보아 무방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전승절 참석에 오랫동안 심사숙고를 거듭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승절의 정식 명칭이 ‘중국인민의 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이라지만 대한민국이 불참할 이유는 중국도 충분히 알고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국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참석에 적극적 지지를 보냈다. 언론은 물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방중을 권유했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 행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에 박 대통령을 ‘모셔 놓음’으로써 국제적으로 명분과 실리에서 ‘화룡점정’하는 모양을 갖추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각별한 예우로 미루어 1992년 이후 ‘제2의 한중 수교’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동북아ㆍ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것이다. 이어 중국 경제사령탑인 리커창 총리와 만나 한중FTA 등 긴밀한 양국간 경제협력 문제를 협의하고 매듭지을 것이다. 156명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는 것만으로 봐도 양국간 경제협력의 가시적 성과를 가늠할 수 있겠다. 대북현안과 경제협력 부문에서 적잖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마무리되어선 안 된다.

일본과의 독도 문제처럼 중국과는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 문제가 10여 년 전부터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돼 있다. 2001년 중국이 공개적으로 동북공정을 선언하자 우리 정부는 3년 뒤 고구려연구재단을 설립했다가 다시 3년 뒤 이를 흡수하여 동북아역사재단을 설립하여 대응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화한 지 오래다.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의 동북공정은 시진핑 정부가 직접 나서서 추진, 한반도 고대사를 중국 국내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못지않은 중국의 역사왜곡이 아닐 수 없다. 동북공정은 과거 역사에서 나아가 현재 우리와 북한의 상황, 미래 한반도 통일 이후와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동북공정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한중 우호관계를 해치는 일이라는 식의 인식을 지레 갖고, 동북아역사재단조차 뜨거운 감자로 여기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박 대통령이 ‘할 말’을 꼭 남겨놓기 바란다. 박 대통령은 내일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고 모레 상하이 임시정부청사개관식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번 방중에서 정치ㆍ안보ㆍ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한중 간의 역사문제가 소중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의 ‘베이징 발언’이나 임시정부청사개관식에서의 ‘상하이 언급’이 없어선 안 된다. “동북공정은요?” 15억 중국인을 향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의미심장한 일침을 기대한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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