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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우왕좌왕' 대학별 등급… 교육부 촌극, 왜?

입력
2015.09.0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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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 및 구조개혁 조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라 4년제 일반대학 32개교, 전문대학 34개교가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등 재정지원에서 제한을 받게 됐다. 연합뉴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 및 구조개혁 조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라 4년제 일반대학 32개교, 전문대학 34개교가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등 재정지원에서 제한을 받게 됐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31일 전국 298개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를 대상으로 벌인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총 66개 대학(일반대 32곳, 전문대 34곳)이 하위 등급인 DㆍE등급을 받았는데요. 발표 직후 해당 대학들은 실망하는 목소리부터 강경한 대응방침을 언급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발표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대학별 등급(A~E)을 매겨 정원감축 및 재정지원 제한 조치를 취한다는 예고가 있었던 만큼 취재진은 어느 대학이 어떤 등급을 받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정작 발표에선 등급별 대학 이름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보도자료에는 ▦정부의 재정지원 가능대학 명단 ▦2016학년도 신입생국가장학금 Ⅰ유형 지원가능대학 명단, ▦16학년도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명단의 세 가지 분류와 함께 대학 이름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등급별로 해당 대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기자들은 무슨 의미인지 몰라 혼란에 빠졌습니다.

“심사 결과가 이미 나와 있고 또 각 대학마다 자신들의 등급에 대해 입장을 밝힌바 있는데 등급별 명단을 적시하지 않은 이유가 뭐죠?”라는 한 취재진의 물음에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게 아니다. (이번 결과가) 대학들에게 상당히 불리한 정보이기 때문에 실명을 거론하려면 법률적인 근거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쉽게 말해 대학들의 명예훼손 소송을 우려해‘재정지원 제한’ 또는 ‘재정지원 불가’ 대학명단이 아닌 ‘지원 가능’한 대학을 공개하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겁니다. 다만 학자금대출을 제한하는 대학의 경우, 공개가 가능하도록 명시한 근거 조항이 있어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저런 당국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정부 재정지원 가능대학 명단’은 A~C등급 대학, ▦‘16학년도 신입생국가장학금 Ⅰ유형 지원가능대학 명단’은 E등급을 제외한 모든 대학, ▦‘16학년도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명단’은 E등급 및 D등급 중 일부(평가성적 하위, D-) 대학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여전히 모호함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모든 등급별 학교명을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구조개혁조치 대상인 하위등급 공개에 초점을 맞췄다”는 교육부의 설명을 감안하면 D와 E등급 만이라도 온전히 공개되어야 했으니까요.

“왜 D등급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거죠?”라며 기자들의 문의는 계속됐습니다. “D등급 중 평가가 좋은 대학은 한번 더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보호하는 것”이 교육부의 답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이 무색하게 공식 브리핑 30여분 후 별도 자료에 나머지 D등급 대학 명단을 배포합니다. 이른바 ‘D+’ 대학입니다. 갑자기 등장한 ‘D+’에 당황감과, ‘D등급 퍼즐’을 완성했다는 안도감이 교차했습니다.

대학 명단 공개 시 소송을 우려해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던 교육부가 D+ 대학을 추가 공개한 이유는 뭘까요? 조금만 살펴보면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앞서 공개한 세 가지 분류 중 두 번째(‘16학년도 신입생국가장학금 Ⅰ유형 지원가능대학 명단’)은 E등급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공개 대상입니다. 다시 말해 A~D등급에 속하는 대학은 이미 이름을 공표해도 무방했던 겁니다. 이를 생각하지 못한 채 D+를 제외했다 뒤늦게 문제가 없음을 알고 공개한 것이죠.

이 같은 촌극은 애초 교육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탓에 발생했다는 분석입니다. 당초 정부는 지난 6월 예비평가에서 D등급 이하를 받은 대학을 재평가해 그 중 10%를 최종적으로 C등급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국 최종 발표에선 C등급 승급조치가 아니라 D+를 등장시킨 겁니다. 한석수 실장은 “재평가를 진행해보니 상당수 대학들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 10%만 올리기보다는 해당 대학을 새롭게 그룹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전에도 없던 등급을 급히 만들면서 해당 성적표를 받아 든 대학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D+가 아닌 C 등급 승급이 이뤄졌다면 해당 대학은 국가장학금 등 재정지원제한 조치에서 자유로뤄질 수 있었을 테니까요. 실제 D+와 D는 신ㆍ편입생에 대한 일반학자금대출 제한의 유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가장학금과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똑같은 제약을 받습니다. 또 대학 전반에 파급효과를 불러올 주요정책의 신뢰도가 한 없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정책혼선이 대학들의 극심한 로비전에 교육부가 무력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각 대학 간 등급에 따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쳐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고육책으로 승급이 아닌 D+가 나왔다는 겁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자신들이 직간접적인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대학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소송까지 거론하고 있고요. 평가 기준별 배점 및 점수를 공개하지 않은 점 역시 과정의 공정성과 결과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 과정에서 심사숙고 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한 없이 가벼운 정부의 움직임에 당분간 잡음은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그렇게 등급별 명단의 공개를 꺼렸지만 이날 한 교육전문매체를 통해 A등급 대학이 공개됐습니다. 최상위 성적인 만큼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지대한 관심은 물론, 대학들 스스로도 홍보에 열을 올릴 거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데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시내 유명 대학은 물론 이들 대학 위에 가천대, 서울여대, 선문대, 우석대 등이 이름을 올려, 비상한 관심을 샀습니다. 한편 경북대를 비롯해 대구ㆍ경북 지역 대학들이 C등급을 대거 받은 건 총장직선제 반대 움직임 등 교육부의 방침에 거슬렸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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