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성의 일상 속 자연 누리기 (4)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지면서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동틀 무렵부터 깊은 밤까지 극성스럽게 울어대던 녀석들이다. 그런데 요즘 아침 출근길엔 매미 소리를 듣기 어렵다. 온도에 민감한 매미들이 아침 기온이 19, 20도 선으로 떨어지자 울기를 멈춘 것이다.

낮 동안 온도가 가파르게 오르면 매미들은 다시 울어댄다. 하지만 한 여름 귀가 따가울 정도였던 것과는 달리 소리가 많이 순해졌다. 매미도 귀뚜라미와 마찬가지로 기온이 높으면 높을수록 울음소리가 커지고 회수도 는다. 반대로 기온이 떨어지면 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회수 역시 줄어 든다. 하늘이 푸르게 높아지고 선들 바람이 부는 것 말고도 매미 소리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매미는 이렇게 9월 중하순경까지 우리 곁을 지키며 가는 여름을 아쉬워한다.

매미의 다양한 울음소리는 진동막 발음근 공기주머니로 구성되어 있는 배 부분의 발성기에서 나온다. 발음근이 진동막을 빠르게 진동시켜 소리를 발생시키고 이게 공기주머니를 통해 증폭되어 큰 울음소리가 난다. 악기로 치면 아코디언과 원리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는 15종(학자에 따라서는 12종)의 매미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도심 주변서는 8종류의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털매미 늦털매미 참매미 말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소요산매미 유지매미 등이다. 요즘 들을 수 있는 매미 소리는 참매미와 말매미, 그리고 애매미다. 참매미는 맴 맴 맴~ 하고 우는 녀석인데 우리나라의 대표 매미라고 할 수 있다. 매미라는 이름도 이 녀석의 울음소리에서 따왔을 것이다(우리나라 매미의 종류와 자세한 생태에 대해서는 <매미박사 이영준의 우리 매미 탐구(지오북)> 참고).

건물 벽에 붙어 짝짓기를 시도중인 참매미. 위 쪽 수컷 매미가 뒷걸음질로 슬금슬금 암컷에게 접근 중인 장면.
느티나무 둥치에서 한참 울어대고 있는 참매미.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은 말매미. 쏴아르~~~ 하고 울기 시작하면 주변에 있는 녀석들이 따라 울어 정말 시끄럽다. 몸집이 커서 말매미란 이름이 붙었는데 소리도 커서 숫제 소음공해다. 특히 서울 강남과 여의도 아파트 단지, 올림픽대로 주변 녹지에서 떼지어 울어 인근 주택가는 한여름 밤에 심각한 소음공해에 시달린다. 매미라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은 다 말매미 소리에 질려서일 것이다.

말매미가 떼지어 우는 것은 수컷들의 암컷 차지하기 경쟁 때문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많은 개체가 한꺼번에 울면 새와 같은 포식자들의 청각과 위치감각을 교란시킬 수 있어 그만큼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에는 한 두 마리가 간헐적으로 울고, 지속 시간도 한여름에 비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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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에 관한 또 하나의 오해는 청각이 없다는 것이다. 곤충기로 유명한 파브르가 우는 매미 옆에서 대포를 쏘는 실험을 했는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데서 생긴 오해다. 우는 매미는 모두 수컷으로, 암컷을 유인해 짝짓기를 하기 위해 운다. 그런데 청각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 매미는 배 부분에 청각기관이 있는데 모든 소리를 다 듣는 게 아니고 동족이 내는 음파의 진동수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자동차 소리 등 도시 소음 때문에 매미가 더 극악하게 운다는 설도 근거가 약하다.

서울에서 말매미가 유독 강남과 여의도 일대의 아파트 단지에 많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아파트 공사로 파헤쳐진 뒤 새로 녹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존력이 강한 말매미가 먼저 자리를 잡은 뒤 다른 매미들이 좀처럼 끼어들지 못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서도 숲이 비교적 안정된 북한산과 남산 주변은 참매미가 단연 많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애매미는 몸집이 작다고 해서 애(아이)자가 붙었는데 우리나라 매미 가운데 가장 변화무쌍하게 우는 녀석이다. 서울ㆍ중부 지방에서는 7월 초 참매미와 비슷한 시기에 울기 시작해 9월 말까지도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도입부(서주)로 시작해 제시부→간주→발전부를 거쳐 종결부로 마감한다. 한 곡조를 빼는 데 1분 30초 가량 걸린다.

먼저 도입부 “씨유 쥬쥬쥬쥬~~”로 시작해서 “쓰와 쓰와~쓰 오_쓰와쓰 츠크츠크 오_쓰 츠크츠크…”로 넘어가고 이어 “히히히쓰 히히히히히히…”의 간주를 거쳐 “씨오쓰 씨오쓰 씨오쓰…”의 발전부로 변화를 준 뒤 “츠르르르…”하는 종결부로 끝낸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게 논설문을 쓰는 것 같아서 ‘논설위원 매미’ 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나무 그늘에서 애매미의 노래를 듣다 보면 그 변화무쌍함과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다시금 자연과 생명 세계의 오묘함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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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매미 못지 않게 큰 소리로 우는 매미가 쓰름매미다. 일부 지역에서는 쓰르라미라고도 한다. 도시 외곽의 키 큰 나무에서 주로 우는데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또는“뜨르~람 뜨르~람 뜨르~람…”으로 들린다. 내게는 유년시절 고향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매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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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매미는 6월 중순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9월 중순까지 운다.“씨유~”로 시작, 도중에 몇 번 울음소리가 낮아졌다 높아지기를 반복한다. 한 곡조 뽑는데 2분 정도 걸리는 털매미 노래는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시원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여름의 정취를 더해주는 털매미 소리를 처음 들은 때부터를 진정한 여름의 시작으로 친다. 몸 전체가 털로 덮여있고 갈색계통 보호색이 뛰어나 소리는 들어도 모습을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5월 하순경 털매미보다 먼저 여름을 알리는 매미는 소요산매미다. 하절기 등산로 초입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데 “지_잉 투웽, 지_잉 투웽”하고 한참 울다가 “타카타카타카~”로 마친다. 유지매미는 “지글지글지글”하고 기름이 끓은 소리를 낸다 하여 ‘유지(油脂)’자가 붙었다는데, 개체수가 작아서인지 서울 주변에서는 듣기 쉽지는 않다.

늦털매미는 8월말에 출현해서 11월 초 서리가 허옇게 내린 늦가을까지 운다. 낮아진 기온을 벌충하기 위해서인지 나무꼭대기 햇볕이 잘 비치는 곳에서 “씨_익 씩씩씩 씨_익 씩씩씩…”노래를 부른다. 가을 산행 때 어김 없이 늦털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낙엽 지는 가을 등산길에서 애잔한 늦털매미 소리를 들으면 또 한 해가 가는구나 하는 아쉬움과 쓸쓸함이 엄습해 온다.

짝짓기가 끝난 매미 암컷은 나뭇가지 껍질을 뚫고 그 안에 알을 낳는다. 대개는 해를 넘겨 부화해 애벌레가 땅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 먹으며 긴 시간을 보낸다. 불완전변태(번데기를 거치지 않는 변태)를 하는 매미는 땅 속에 머무는 동안 계속 허물을 벗으며 점점 성체의 모양을 띠어간다. 대개 4~5차례 허물을 벗는데 땅속에서 나와 마지막 허물을 벗고(우화) 성체가 된다.

맥문동 꽃대에서 우화중인 참매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중력을 이용해 거꾸로 허물에서 빠져나온 뒤 자세를 바로잡고 날개를 펴는 모습. 몸 색이 제 빛깔을 찾고 날개가 빳빳해져서 날 수 있으려면 몇 시간이 걸린다. (사진 황영식)

그 기간이 알로 보낸 기간을 합쳐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7년에 이른다. 출현 주기가 3, 5, 7, 11, 13, 17년 등 소수(素數)로 나가는데, 천적과 맞딱뜨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6년이 출현 주기인 매미는 2년과 3년, 6년 출현 주기인 천적과 마주치게 돼 그만큼 생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땅 속에서 보낸 뒤 지상에 나와 성체로 사는 기간은 한 달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다들 매미들을 불쌍하게 여긴다. 하지만 땅 속 생존 기간을 포함해 나름의 삶을 산다고 보면 그리 불쌍해 할 것도 없다. 다양한 생명체의 일생을 인간의 시각으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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