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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수긍 못해"… 총장 사퇴·헌법소원 추진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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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수긍 못해"… 총장 사퇴·헌법소원 추진 거센 반발

입력
2015.08.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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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모집 코앞에 두고 날벼락…

현장 실사 안해 현실 반영 왜곡

민원 끊이지 않은 대학이 B등급"

보직 교수 전원 사직서 제출 결정

학내 분규 다시 격화 움직임도

"국가가 대학 등급화 의문" 비판도

강원대 등 대학 53곳이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신규 재정사업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는 D등급을 받은 31일 강원대 춘천캠퍼스 대학본부를 한 학생이 빠져나가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강원대 등 대학 53곳이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신규 재정사업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는 D등급을 받은 31일 강원대 춘천캠퍼스 대학본부를 한 학생이 빠져나가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대학구조개혁 대상에 포함된 지방대학들은 수시모집을 코앞에 둔 시점에 날아든 비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낙제점을 받은 책임을 놓고 일부 대학에서는 총장이 사퇴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학내갈등이 격화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거점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강원대는 평가 결과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날 “산학협력 성과를 누락시키고 학과 통·폐합과 정원 감축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교육부를 항의 방문했다. 대학 측은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육부를 상대로 헌법소원 등의 법적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삼척 캠퍼스 분리와 총장직선제 전환 등을 검토하는 등 더 이상 정부정책에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1단계 정성평가(질적평가) 역시 계획됐던 현장 방문이 생략돼 대학 현실을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는데, 이에 대한 이의제기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원대 재학생과 동문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강원대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회장단, 학과 회장단 130여명으로 구성된 확대운영위원회는 3일 춘천캠퍼스 대운동장에서 긴급학생총회를 열기로 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교육부 평가가 잘못된 것이라면 법적 대응 등을 통해 실추된 학교의 명예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강원대 총동창회도 이날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어 모교의 위기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원대도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수원대는 유감의 표시로 이날 긴급 보직회의를 소집해 부총장 이하 보직 교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수원대는 지난해 8월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에 따른 입학정원 16% 감축처분을 수용하고, 최근까지 266억원을 투자하는 등의 자구책이 이번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발전계획‘비전2023’을 통해 지난 3년간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교육부가 과거 평가에서 사용한 2012년ㆍ2013년 지표들을 이번 평가에서도 사용해 결과적으로 개혁내용이 평가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목포과학대는 정부의 평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현장 실사도 나오지 않고 서류심사로 한 것은 잘못된 평가다”라며 “학생수도 적고 민원이 끊이지 않은 대학이 B등급에 포함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 구성원들이 2년 전부터 교직원 감축 등 자구책 노력을 벌인데다 학생수가 인근 대학보다 배 이상 많고 미달학과도 없어 내심 AㆍB급을 기대했다”면서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2년 연속 구조개혁 대상에 포함된 청주대는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학내 분규가 다시 격화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학내 분규가 지난해 8월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지정되면서 촉발됐기 때문이다. 이후 총학생회, 교수회 등 학내 구성원들이 총장 사퇴를 촉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학내 갈등이 이어져오고 있다. 이번에도 총학생회, 교수회, 총동문회 등은 “2년 연속 부실대학으로 평가돼 중부권 명문사학이 부실을 넘어 퇴출을 걱정하는 수렁에 빠졌다. 학교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사태를 야기한 김윤배 전 총장과 그 하수인들이 퇴출돼야 한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구성원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청주대측은 발빠르게 대응책을 내놨다. 학교측은 정부 발표 하루전인 30일 성명에서 장학금 감소분 15억원을 학교가 부담하는 것 등 교육부의 제재조치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들을 쏟아냈다.

황신모 청주대총장은 앞서 발표한 담화문에서 “지나간 평가 결과에 대해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이번 평가를 우리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학내 구성원 달래기에 나섰다.

학내분규로 내홍을 겪고 있는 원주 상지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진상조사를 통해 대학 파탄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며 이사회 즉각 사퇴와 임시이사 파견 등을 요구했다.

이번 평가를 둘러싼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재홍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방통대 법학과 교수)는 “대학을 국가가 인위적 기준에 의해 등급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동의대 교수)은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을 지원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심화하는 등 해당 학교의 낙인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내다봤다.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장(상명대 교수)은 “이번 평가는 학교나 재단이 재정 출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인데도 재학생에 대한 학자금 융자가 금지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학생에 피해가 가지 않는 신중한 평가가 아쉽다”고 전했다.

한덕동기자 ddhan@hankookilbo.com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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