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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 약 먹고 치과 치료? 턱뼈 지키려면 순서 바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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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 약 먹고 치과 치료? 턱뼈 지키려면 순서 바꾸세요

입력
2015.08.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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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 환자 80% 이상이 먹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 몸에 쌓여

임플란트 등으로 턱뼈 노출 땐 염증 탓 치료 안 되고 썩게 돼

부작용 알려지자 약 복용 꺼려 "골다공증 치료 소홀이 더 문제"

턱뼈가 썩어 무너져 내린 모습.
턱뼈가 썩어 무너져 내린 모습.

5년 넘게 골다공증 약을 먹고 있는 황모(70ㆍ여) 씨는 얼마 전 임플란트 시술 때문에 치아를 뽑았는데 잇몸이 붓고 염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황씨는 골다공증 약인 비스포스포네이트 부작용으로 인해 생기는 ‘턱뼈괴사증’라는 진단을 받았다. 턱뼈가 썩어 무너져 내리는 무서운 질병이다. 치료를 위해 골다공증 약 복용을 중단했고, 고농도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했다. 또한 썩어 소실된 턱뼈를 잘라내 뼈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황씨가 복용한 골다공증 치료제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이 포함된 약이다. 값이 싸고 골다공증 예방 효과도 좋아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이씨처럼 약의 장기 사용에 따른 합병증으로 턱뼈가 썩어 주저앉은 턱뼈괴사증 사례가 늘어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턱뼈괴사증은 일반인에게 아직 낯선 치과질환이다. 세계적으로 2003년에야 첫 환자가 발견됐고, 국내에 알려진 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치과 치료 시 골다공증약 복용 중단을”

골다공증은 뼈의 양이 줄어들고 뼈 속 칼슘이 빠져나가 골밀도가 낮아지면서 뼈의 강도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 질환은 50세 전후 폐경이 된 여성의 경우 40% 정도가 걸릴 정도다. 50대 이상 여성이 대퇴골절로 인한 사망률은 유방암 사망률과 비슷하며 골다공증으로 인해 골절된 고령자의 1년 이내 사망률은 17.3%나 된다.

그래서 골다공증 환자들은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약물 치료는 골다공증성 대퇴 골절 및 척추 골절이 있는 경우와 골밀도 검사 T점수가 ‘-2.5 이하’인 경우에 권고된다(대한골다공증학회 치료지침). 골다공증 치료제로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 ▦선택적 여성호르몬 수용체 조절제(SERM) ▦부갑상선호르몬(PTH) ▦RANKL 단클론항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티볼론 ▦조직선택적 여성호르몬 복합제(TSEC) ▦활성형 비타민D ▦비타민 K2 등이 권고되고 있다.

그런데 골다공증 환자의 80% 정도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의 치료제를 먹고 있다. 이 제제는 알렌드론산, 리세드론산, 파미드론산의 성분이 있다. 국내에 출시된 제품으로는 MSD의 ‘포사맥스플러스디정(알렌드론산)’과 한독의 ‘악토넬(리세드론산)’, 로슈의 ‘본비바(이반드론산)’가 대표적이다.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은 뼈를 녹이는 세포를 억제해 골밀도 감소를 늦추고 골절을 예방하는 효과를 인정받은 대표적인 성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 복용할 경우 턱뼈가 파괴되는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 시작했다. 턱뼈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세포가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활동성이 많은 조직인데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의 부작용으로 인해 턱뼈의 흡수와 생성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치, 잇몸질환, 충치, 임플란트 시술 등 턱뼈 노출에 의한 염증이 생겨 치료가 되지 않고 턱뼈가 노출된 상태로 두 달 정도 경과하면 턱뼈까지 썩게 된다.

이처럼 비스포스포네이트로 인해 턱뼈 조직이 죽으면 이를 뽑아도 뽑은 자리가 아물지 않고 병균이 감염돼 수개월에서 수년간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약을 먹고 썩어 있는 뼈를 제거하고 다듬어도 턱뼈 전체가 괴사됐다면 도려낸 자리가 아물지 않아 턱뼈를 모두 제거할 수도 있다. 특히 일단 약이 인체 내 축적되면 턱뼈 괴사 위험군으로 분류되므로 치아를 뺄 수도 없고 임플란트도 할 수 없게 된다.

권용대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의 골다공증 약을 3년 이상 복용하거나 주사처방을 받은 사람은 치과 치료 전에 약을 끊거나 다른 성분의 골다공증 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명훈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비스포스포네이트는 효과를 없애는 일종의 길항제가 전혀 없다”며 “일반적으로 주사약이 먹는 약보다 약효가 수천 배나 강해 턱뼈괴사증도 훨씬 많이 생긴다”고 했다.

정상적인 뼈 조직(왼쪽)과 골다공증 뼈 조직
정상적인 뼈 조직(왼쪽)과 골다공증 뼈 조직

“골다공증 치료 효과가 더 높아”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의 골다공증 약을 많이 먹으면 턱뼈가 썩어 무너져 내린다고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약 복용을 꺼리면서 2, 3차 문제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의 골다공증 약은 턱뼈괴사증에 걸릴 위험도보다는 치료 효과가 더 높다”며 치료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양규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대한골대사학회 회장)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은 암의 골전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용량으로 많이 처방돼 뼈 괴사가 일어나는 인과관계는 상당하지만 골다공증 치료 때문이라는 것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어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하려면 약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1년 이상 치료유지를 하는 경우가 40%가 되지 않는다”며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골다공증성 골절도 늘어나고 있는데 치료에 대한 이득보다 부작용을 너무 부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이나 뉴질랜드의 경우 칼슘을 하루 830~1,100㎎ 섭취하지만 우리나라는 450㎎도 먹지 않는 상황이어서 턱뼈괴사증에 걸릴 위험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한골대사학회는 골다공증 환자의 턱뼈 괴사 비율은 0.04%에 불과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만간 치과(구강악안면외과)를 포함한 별도의 진료지침 TF팀을 구성해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입장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의 골다공증 약 부작용의 심각성을 인정해 골다공증 환자의 약물투여 전 치과 내원을 권장하는 가이드라인과 환자용 안내서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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