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SNS)사람 인터뷰] (17) ‘젖은 잡지’ 편집장 정두리

‘눈(SNS)사람’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형식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페이스북ㆍ트위터ㆍ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소셜 스타’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합니다.

여자들은 늘 강간과 살해를 두려워하면서 산다. 미국 문화비평가 리베카 솔닛이 저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한 말이다. 실제 폭력의 주체는 남성, 대상은 여성이기 십상이다. 이유가 있다. 저 야만적인 힘의 원천은 권력의 격차다. 엄격한 위계질서에서 폭력은 비롯된다. 최근 일련의 여성 혐오 사건들도 공교롭잖은 차별 구조의 현상들이다.

일상적이지만 공포는 사소하지 않다. 남성지 ‘맥심’ 9월호 뒤 표지 사진은 그 감정을 무신경하게 자극했다. 자동차 트렁크에 짐짝처럼 유기된 망자의 결박된 다리는 왜 그렇게 하얗고 매끄럽나. 2014 ‘미스 맥심’ 정두리(26)의 표지 화보 촬영 거부 선언은, “맥심 걸(콘테스트)에 나간 게 왜 비난 받을 일이냐”고 18일 본보 인터뷰에서 따진 직후 이뤄졌다.

“그게 왜 나쁘죠?” 정두리에게 작용하는 건 원심력이다. 구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아무데나 쏘다니고 싶다.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자리에 그는 머물지 않는다. 울타리 안은 답답하다. 개인 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의 BJ(진행자)에서 모델로, 다시 야설(야한 소설) 작가로 횡단시킨 건 그의 역마살이다. 어쨌든 자기 욕망에, 자기 운명이다. 세상은 놀이터다.

해방하고 싶은 건 자기뿐 아니다. 선명한 당위에 존재가 갇힐 순 없다. 강제로 짓눌렸지만 사라지진 않은 욕망과 취향 들이 무수하다. 엄숙주의가 두르고 있는 도덕이란 외피는 그에게 위선과 다름 없다. 페미니스트가 자유로운 건 평등을 위해서다. 결국 그가 돌아올 곳은 강제는 보호하고 다양한 욕망들을 소외시키는 가부장 한국이다. 정두리는 전복을 기도한다.

5월 어느 날 그가 트위터에 썼다. “타자, 소수자가 성적 주체가 될 수 있단 말을 하기 위해 젖은잡지를 만들고 나는 ‘섹스에 미친 년’ 프레임과 싸웠다.” ‘젖은 잡지’는 도색 잡지를 표방하는 독립 출판물이다. 20대 여성 편집장 정두리가 남자 에디터 둘과 함께 5호(號)를 만들고 있다. 사진 촬영은 그가 사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일대를 배경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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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도색 잡지를 표방하며 창간된 ‘젖은 잡지’의 편집장 정두리는 20대 여성이다. 젊은 여자가 만드는 분홍빛 잡지엔 대체 뭐가 담겼을까. 그 여자의 은밀한 사생활? 붉은 립스틱으로 입술을 칠하고 그리스 신화의 여신 ‘세이렌’처럼 정두리는 남성 독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기대는 배반되고 편견은 깨진다. 시선 밖에 소외된 타자들의 욕망이 그들은 낯설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Forbidden 여성의 욕망

Q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미대생이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건 ‘젖은 잡지’ 발간 때문인가.

A 작업하려고 들어왔다. 첫 개인전 준비가 목적이다. 젖은 잡지 출간 계기나 과정 등을 보여주는 전시다. 시기는 올해 말쯤이 될 듯하다. 미술 작가로서 포지셔닝을 확실히 하고 싶다. 유학 전부터 계속 섹슈얼리티에 대한 작업을 해왔고 젖은 잡지는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원래 아트북으로 기획했지만 목표는 계간 지속으로 잡고 있다. 가을쯤 5호가 나올 것 같다.

정두리는 국내 학부를 마치고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 껑/쉘부르 국립예술학교에 편입해 3년쯤 다녔고 새 학교를 찾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 중 루이스 부르주아 같은 프랑스인이 많다.

Q 도색 잡지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13년 8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벌써 네 권째다.

A 프랑스에 가면 넓은 세계가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생각과 달리 너무 아카데믹했다. 공부ㆍ작업ㆍ크리틱(비평)의 반복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전시장에 작품이 걸려도 보러 오는 사람은 한정된다. 세상과 부딪쳐 세상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떠올린 게 잡지란 대중 매체다. 공동 작업으로 시너지를 얻어 보고도 싶었다. 현재 각각 지식ㆍ행정 담당하는 에디터 둘과 나까지 셋이 함께 만든다. 기획ㆍ섭외 등 결정은 편집장인 내가 다 한다.

Q 창간호 서문에 ‘젖었지만 축축하진 않다’고 썼다. 충족되지 않은 욕망 얘기를 한 건가.

A 도덕적 엄숙주의가 강하지만 어느 나라 못잖게 성(性)산업이 번창한 이중적 사회가 한국이다. 그래서 자극이 흔한데도 진짜 내가 원하는 자극은 없단 의미다. 수요가 시선의 권력을 잡고 있는 남성 위주로 형성돼 버린 탓에 소외된 취향들이 많다. 가시화되지 않았을 뿐. 주류 남성들에겐 생소한 페티시(성적 감정을 환기하는 대상물)나 이슈 들을 다루고 싶었다.

Q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주제ㆍ아이템을 결정하나. 독자 모델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나.

A 아이디어를 짜낼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은 게 많아 하나씩 던지는 중이다. 4호 주제인 백합(여성 동성애)도 언젠가 꼭 해봐야지 별렀던 테마다. 처음엔 혼자 만들었지만 하고 싶은 건 공동 작업이었고 무브먼트(운동)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참여는 필요했다. 4호 땐 주제 때문에 성적 지향을 먼저 봤다. 외모보다 잡지와 시선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크게 고려한다.

Q 가장 먼저 다룬 주제가 ‘터부’였다. 잡지 창간 목표가 금기로부터의 해방 같은 거였나.

A 남성 중심적 시선 밖에 있는 타자들의 욕망을 다루려 했다. 동성애나 아청법(아동청소년보호법) 등을 통해서다. 경계에 서서 편견을 갖고 놀고 싶단 생각을 계속 해왔다. 20대 여자애가 도색 잡지를 만든다고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선입견 있잖나. 그 여자의 사적인 섹스 라이프나 노출 사진 같은 것 말이다. 기대와 달리 건조한 수간(獸姦) 매뉴얼, 아청법, 군대 안에서의 성욕 같은 게 다뤄지자 사람들이 크게 실망했는데 사실 가장 원했던 스토리다. 편견을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줬단 의미에서 도발적이다. 벗은 여자 가리킬 때 쓰는 말 말고. 어떤 주제들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매체를 지향한다. 성담론 활성화 촉매 역할을 하는. 남성ㆍ여성향에 현대미술까지 혼재된 메타텍스트란 평가도 들었다.

정두리는 자신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세이렌’에 빗댔다. 마침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일회용 커피컵의 ‘스타벅스’ 로고를 보면서다. “젊은 여성의 얼굴을 가진 세일렌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어부들을 유혹한 뒤 바다에 빠뜨려 죽이잖아요. 20대 여성이 도색 잡지 편집인이란 게 좋은 셀링 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수장(水葬)이 계몽이라면 말이다.

얼마 전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성매매를 법적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성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단 입장을 세우면서 논란이 됐다. 성매매 산업이 누군가의 사고 팔 자유를 보장하면 누군가의 팔지 않을 자유가 침해되는 구조인 만큼, 자유ㆍ욕망 문제인 전자보다 인권ㆍ존엄 문제인 후자가 더 존중돼야 마땅하단 지적이 반대측 일각에서 나온다.

Q 어떻게 보나. 성인 간 합의된 성판매로 논의 범위를 엠네스티가 제한했지만 비판이 많다.

A 원론적인 성매매 비범죄화에 찬성한다. 강간과 살해 위협에 노출된 성매매 여성 보호 차원에서다. 성매매 범죄화가 일 대 일 성매매 등을 부추겨 외려 성노동자를 범죄에 노출시키고 더 열악한 상황을 초래한다. 사각지대로 사라진 저들이 폭력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고 신음하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성노동자 인권을 위해선 존재 인정부터 하는 게 먼저다.

Q 자기 결정권이 성매매 여성관 사실상 무관하단 지적도 있긴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잖나.

A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놔둬야 할 땐 권리를 빼앗고 정작 (강제로부터) 보호해야 할 땐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두는 걸 보며 깨달은 건 법이 철저히 권력자 위주로 집행된단 사실이다. 미성년자와 성인 간 성관계를 엄벌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사랑한다고만 하면 합법적인 성관계란 판결이 나온다. 1호 때 아청법을 다룬 것도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법 강화시켜야 한단 주장 나오는 상황에서 누굴 위한 법인지가 의문이어서였다. 진짜 아동 청소년을 성적 위협에서 보호하겠단 건지 그냥 그들 욕망을 막고 근절하겠단 건지 알기 어려웠다. 여고생 입장에서 야설 쓰고 교복 차림으로 사진 찍은 건 비꼬려는 의도였다. 주제(터부)와도 맞고.

수시로 직업을 바꾸는 정두리의 자유로운 행보는 정체성이 누군가에겐 거추장스런 옷일 수 있단 걸 드러낸다. 정두리한테 해방은 구속에서 벗어나 더 널따란 세상을 종횡하는 것이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Experiences 경험과 정체성

Q 유학 중 도색 잡지를 내겠단 독특한 발상을 한 덴 쌓아온 이력 영향도 적잖았을 것 같다.

A 중학생 때까진 그림 잘 그리는 게 특별한 재능인 줄 알았다. 예고 간 것도 그래서다. 한데 가보니 다 그림을 잘 그렸다. 더욱이 밤 12시까지 아그리파(석고상) 그리고 색깔 못 외운다고 맞고. 내가 하고 싶은 게 그런 건 아니었다. 검정고시 볼 요량으로 1학년 1학기 만에 그만두고 입시 공부 대신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싶단 생각에 하자작업장학교란 대안학교에 들어갔다. 내가 미술 작업을 하고 싶은 이유를 처음 깨달은 게 거기서 여성주의 시각의 미술 이론을 접하면서였다. 세상을 바꾸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예술의 본질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미대에 진학했고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며 느꼈던 것들에 대한 실험적 작업들을 많이 했다. 사회 시스템을 교란하는 방식에 관심이 컸고 그 최종 버전이 젖은 잡지다.

Q 어떤 작업들이었나.

A 주로 영상 퍼포먼스였다. 사회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 실제 삶에서 부딪치며 실험하고 그 때 벌어지는 해프닝을 기록했다. 시작은 국내 학부 때인 2009년쯤 했던 아프리카TV BJ였다. 관심 갖게 된 게 당시 낙태 의혹으로 공격 당하던 여자 BJ를 보고서였다. 기대를 배반하고 “낙태가 왜 나쁘죠?” 식으로 반응하는 게 흥미로웠다. 남성은 관음하고 여성은 보여주는 구도에 자본이 자동 투입되는 재미있는 실험판이라 생각했다. 성매매와 유사한 프레임이었다. 처음엔 기성 BJ의 몸짓과 애교를 모방하다 예상 못한 행동을 하는 게 실험의 전부였는데 ‘섹시 댄스’를 보여주고도 대가를 요구하기는커녕 ‘별풍선’ 준 시청자를 되레 강퇴(강제퇴장)시키는 한 여고생 BJ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도 있단 걸 알게 됐다. 그 다음이 출사(出寫) 모델 활동이었다. 수동적으로 찍히기만 하는 대신 날 찍을 사람을 섭외한 뒤 장소를 정해 마음대로 포즈를 취했고 날 찍는 이를 내가 찍기도 했다. 영상으로 담았다.

독립 출판물로선 이례적인 성공이란 게 젖은 잡지에 대한 업계 평가다. 1,000부 가량 팔린 3호부터 수익이 생겼는데 편집장 정두리의 작년 ‘맥심 걸 콘테스트’ 우승 특수 덕이었다.

Q 맥심 경연엔 왜 나갔나. 잡지 인쇄비 마련을 위해서였다고 했지만 흘겨보는 이들도 있다.

A 처음엔 잡지 발간 비용 조달 목적이었다. 예선만 통과하면 10만원 준다는데 인쇄비가 진짜 없었다. 한데 토너먼트 과정에서 내가 참가한 사실을 알고 날 총애해주던 페미니스트가 등을 돌렸다. 그때 주류 페미니즘이 드러내는 도덕적 엄숙주의가 개인의 성적 욕망이나 쾌락을 억압하는 편견으로 작용한단 걸 느꼈다. 진짜 페미니스트라면 맥심 모델 여성성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배제하는 게 아니라. 주류 페미니스트들로 권력이 이동한 것 아니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미스 맥심 경연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했다. 단순히 내가 남성지에 의해 대상화되고 그친 게 아니다. 젖은 잡지를 홍보했고 주류 페미니스트를 도발했다. 맥심을 역이용한 셈이다. 외려 내가 맥심을 소비하고 버릴 수 있단 걸 보여줬다.

Q 남성 시선에 포획된 잡지와 한때나마 함께 일한 걸 합리화하는 것 아니냔 공박은 없었나.

A 없었다. 한데 왜 맥심 걸에 나갔다고 비난 받아야 하나. 난 원래 섹슈얼 관련 작업을 하고 있었고 보여주려는 욕망도 있었다. 그게 왜 부정돼야 하나. 토너먼트 과정에서 날 응원했던 사람들은 상당수가 (이성애자 남성들이 아니라) 여고생이나 게이(남성 동성애자)였다. 미술평론가 임근준씨는 내가 남성용 여성 화보의 타자화 기제를 능동적으로 취하기 때문에 노출된 타자의 불안감이 없다고 했다. 남자 마음에 들어야겠단 조바심이 내게 없단 의미다.

Q 페미니스트라 공언했다. 하지만 성 상품화하는 페미니스트가 형용모순 아니냔 말도 있다.

A 성 상품화가 왜 나쁜지도 난 잘 모르겠다. 상업성은 비판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수동성이다. 섹슈얼리티를 능동적으로 파는 게 왜 비난 받을 일인가. 더욱이 난 미술 작가다. 작가에겐 자기 작업을 적극적으로 팔아 수익을 내고 그걸로 계속 작업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걸그룹 노출 경쟁이 바람직한지를 가늠하는 그의 기준도 노출 자체가 아니다. 자기 욕망인지 여부다. “젊음이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건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경쟁이 되는 이유 중 큰 게 청년실업 같아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방법인 거잖아요. 자기가 보여주고 싶어 노출하는 게 아니라. 스텔라보다 현아가 더 나아 보이는 것도 능동성 덕이죠.”

Q 데이트 폭력 피해자란 사실을 최근 고백했다. 쉽지 않았을 텐데. 당시 무슨 일이 있었나.

A 사실 젖은 잡지 내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력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적이 있다. 발간까지 남자친구가 막으려 했다. 권력으로 상대방 발언을 막는 게 가장 심각한 폭력이다.

역린(逆鱗)이었다. ‘왜 막으려 한 건가’란 질문에 그의 낯빛이 빨갛게 변했다. 남자친구가 왜 그러는지 물어봤을 테고 당연히 답도 들었을 거라 짐작했다. “저야 모르죠.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마음이 기저에 도사리고 있었나 보죠. 왜 그를, 내가 변론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피해자한테 무신경했던 거다. 폭력은 그에게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말이었다.

건드린 게 상처였던 셈이다. 6월 어느 날 트위터에 그가 털어놨다. 개인사와 함께다. “폭력은 너무 나쁘다. 일생 동안 눈물을 준다.” 폭력과 침묵 강요의 본질은 같다. 여성의 존재를 소외시키고, 나아가 아예 소멸시켜 버린단 점에서다. “여성 혐오자들이 보기에 여성이 속한 자리는 침묵과 무기력의 자리.” 최근 그는 블로그에 솔닛의 저 말을 포스팅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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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욕망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외려 그 욕망을 강제로부터 보호하는 게 정작 가부장이 할 일이다. 백합을 정두리가 잡지의 주제로 고른 것도 레즈비언이 소수자 중 소수자여서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Minorities 약자를 위한 페미니즘

Q 성폭력, 성평등, 성소수자 등은 성 상품화완 달리 성에 국한된 게 아니라 보편적 문제다.

A 폭력과 평등, 소수자 문제는 성과 가장 밀접하다. 폭력은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게 90% 이상인데도 젠더가 아닌 다른 걸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남성에게 가장 가까운 소수자는 여성이다. 강간 사건엔 왜 늘 남자가 가해자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권력 문제가 출발하는 지점이 젠더고 보편적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페미니즘의 시작점도 거기다.

Q 소수자와 약자, 타자에 대해 관심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개인적 경험을 포함해서.

A 세상의 부조리나 이데올로기를 다루고 싶었고 나한테 가장 가까운 게 여성이란 주제였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겪고 느낀 게 영향을 미쳤을 순 있다. 어머니가 심하게 시집살이하는 걸 어릴 때부터 봐왔고 큰 부조리라 생각했다. 성추행이나 데이트 폭력은 나뿐 아니라 모두 겪을 수 있는 일 아닌가. 상처에서 시작됐지만 가장 사적인 게 정치적인 거다.

Q 당당한 여성의 대표 격인 가수 이효리와 칼럼니스트 곽정은이 페미니스트로 불리곤 한다.

A 이효리씨는 동물 보호 측면에서 멋있는 사람이다. 곽정은씨는 응원하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성적 담론을 이끌다 어떻게 마녀사냥 당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하지만 두 분을 페미니스트란 키워드로 묶어 생각한 적 없다. 당당한 여성 대표 주자로 다른 분들도 떠오르면 좋겠다. 두 분 다 이성애자 여성 입장에서 말하는데 아쉬운 부분을 내가 하려 한다.

Q 4호 주제가 여성 동성애를 뜻하는 백합인데.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도 성적 소수자다.

A LGBT(LesbianㆍGayㆍBisexualㆍTransgender), 즉 성적 소수자가 타자들 중 가장 박해 받고 억압당한 집단인데 그 중에서도 여성에 좀 더 애정을 갖고 있다. 게이 섹슈얼보다 레즈비언 쪽이 조금 더 음지다. 인식 수준이 낮다. 여성 간 동성애나 연애 감정에 가까운 우정을 묘사한 장르가 백합인데 소설, 만화, 영화 등이다. 젖은 잡지가 다루는 게 페티시와 성적 판타지인 만큼, 다큐멘터리처럼 레즈비언을 깊숙이 다루기보다 판타지를 보여주려 했다.

문제는 노출이 아니라 관음일 터. “걸그룹을 그렇게 음습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젖은 잡지’를 도덕을 어기는 불법 음란물로 매도하는 건 우스운 일이에요. 엄숙주의의 위선이죠.”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Art 예술과 외설

Q 일부에선 불법 음란물이란 비난도 제기된다.

A 진짜 불법으로 만들어지고 유포되는 음란물에 대해 먼저 관심 가졌으면 한다. 정작 근절해야 할 건 소라넷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최근 가시화하고 있는, 몰카 나눠보는 문화다. 걸그룹을 향한 음습한 시선으로 젖은 잡지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우스꽝스럽다. 도색 잡지 같지만 아트북인 만큼 독립 출판을 유지하며 세지만 논의할 만한 주제를 다루겠다.

Q 포르노그라피로 매도되기도 하는데.

A 예술과 외설을 구분한단 게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만드는 과정에서 착취가 없고 전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한 데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면 내 작업 기준엔 들어 맞는다.

Q 3호 테마가 SM(사도마조히즘), 즉 가학피학성애다. 탐미주의 성향 예술가가 즐겨 다루는.

A 성적 취향 중 하나고, 필요한 건 규제가 아니라 정보다. 젖은 잡지 창간 뒤 여성이 만드는 SM 전문 잡지 ‘셈즈’가 나왔는데, 첫 주제가 성폭행이었다. SM이란 게 프로 레슬링처럼 피학 성향자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단 약속과 파트너 간 신뢰를 전제로 성립되는 행위인데도 이런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여자가 성폭행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단 점에 착안한 거다. 이 잡지가 10대 여성 대상으로 ‘섹스 토이’(성기구) 강의를 한 것도 그걸 미끼로 유혹하는 남자한테 현혹되지 말란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에서였는데, 어이없는 건 누가 음란 운운하며 이걸 신고했단 거다. 바람직한 일을 되레 억압하는 도덕적 엄숙주의의 역설인 셈이다.

젖은 잡지에 대한 평가가 방향성만 겨냥하는 건 아니다. 만듦새가 엉성하단 혹평들도 있다.

Q 젖은 잡지는 정치이면서 운동성을 띄지만 본질은 예술인데 함량 미달이란 평가도 나온다.

A 주로 페티시나 성적 판타지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이 제대로 읽지도 않고 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맥심 같은 잡지를 보거나 자기가 원하는 걸 토렌트로 내려 받아 보면 된다. 재미없다지만 젖은 잡지는 계속 잘 팔리고 있으며 곧 다시 매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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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정두리의 공론화 창구다. 침묵은 여성의 존재를 소멸시켜 버린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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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가 맥심 표지 화보 촬영 거부 의사를 밝힌 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다. 그는 개인 트위터ㆍ페이스북 계정 팔로어가 각각 8,000명, 7,000명을 넘는다. 파장이 컸다.

Q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다양한 SNS를 사용하고 있다. 어떤 용도인가.

A 트위터엔 하고 싶은 발언을 많이 한다. 사람들한테 빨리 퍼져서다. 담론 형성ㆍ활성화가 그만큼 신속하다. 한국 사회에서 역할이 가장 큰 SNS가 트위터다. 페이스북엔 악성 댓글이 너무 많이 달린다. 그래서 홍보용으로 주로 쓴다. 여고생 팬들과 또래 여성들이 많이 쓰는 인스타그램은 일상 사진 위주로 꾸민다. 블로그는 작업 포트폴리오 정리 노트로 쓰고 있다.

Q 편견과 호기심에 끌려 접근하는 이도 많을 것 같다. 비난도 눈에 띄겠고. 양날의 칼이다.

A 요즘 트위터 활동을 줄인 것도 그래서다. 인터넷에서 내 이야기를 찾아보거나 혹 보더라도 평가에 일일이 휘둘리는 편은 아니지만, 타임라인에 많이 올라오는 감정적 비난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공론화 창구로 SNS를 쓸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서브 컬처계 유명인과의 사석에서 미스 맥심이니 벗어보란 말을 듣고 공론화했다가 팬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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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예술가가 세상으로 나와야 파격도 의미를 지닐 수 있단 게 정두리의 신념이다. “세상을 바꾸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예술의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Effort 향후 계획

Q 5호 주제는 뭔가.

A 롤리타(성적으로 조숙한 소녀)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게 롤리타 코드다. 걸그룹 인기가 단적이다. 소녀를 아무 것도 모르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성적 대상화한다. 킨더호어(아이 같은 매춘부)를 차용할 계획이다. 90년대 커트니 러브(미국 여가수)가 유행시킨 패션 코드인데 천박하게 굴어도 주체적, 능동적으로 섹스어필 하는 매력적 소녀를 다룰 거다.

Q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일과 삶에서.

A 잡지는 계속 내고 싶다. 세미나, 전시, 파티 등으로 활동을 확대할 생각이다. 되고 싶은 건 작가다. 매체나 방식 상관없이 계속 섹슈얼이란 주제를 다룰 거다. 한국 초유의 캐릭터인 만큼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 특히 여자애들한테 롤모델이 되면 좋겠다. 언니처럼 되고 싶단 고백을 여고생 팬들한테서 들을 때 가장 뿌듯한데 그들이 욕망의 주인이 되길 바란다.

정두리는 인천에서 자랐다. 지금 사는 곳은 송도국제도시다. 더러 센트럴 파크를 산책한다. 조영현 인턴기자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3)

만든 사람들

기획 및 글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사진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조영현 인턴기자(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3)

디자인

백종호 jongho@hankookilbo.com

프로그래밍

김태식 ddasik99@hankookilbo.com

퍼블리싱

이태수 dlxotniocu@naver.com

속기 및 보조

곽범신 인턴기자(한양대 원자력공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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