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만 불리한 쪽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사회통념에 어긋나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의 새로운 기준은 노사정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취업규칙 변경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롯데월드 근로자인 노모씨 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보직변경발령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2007년 5월 롯데월드는 ‘작년부터 놀이기구 추락사고 등 안전사고가 잇따라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며 새 보직 부여기준과 급여체계 변경안을 마련했다. 간부사원도 팀원으로 발령할 수 있고, 기본급의 800%를 일괄 지급하던 간부사원의 상여금을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에 따라 롯데월드 파크운영팀 간부로 일했던 노씨 등은 한 달 후 팀원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다. 이들은 “강등 조치로 모욕감을 줘 자진 사직시키려는 꼼수”라며 “전보 명령을 취소하고 그 동안 받지 못한 직책수당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ㆍ2심은 “롯데월드는 당시 경영상황 개선의 필요성이 있었고, 노씨 등에 대한 전보명령도 적법한 인사권 행사”라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아무런 대상(代償)조치나 경과조치도 두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불이익만을 감수하도록 한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변경된 보직부여 기준안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결코 작지 않다”며 “취업규칙 개정의 필요성과 정도가 크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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