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가 왔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었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2011년 3월 2일에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74연승을 한 캔 제닝스를 현격한 차이로 이기는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이제 지식으로는 컴퓨터를 당해낼 수 없으며, 컴퓨터가 조종하는 스마트 기계들이 우리의 일자리 영토를 점령해갈 것이라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당시에는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근래에 와서 이 전쟁의 규모가 차츰 드러나자 여기저기에서 경고음이 요란하다.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 소장은 “2030년이면 현존하는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고, 인공 지능 기계장치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약 20억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미국 정보기술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도 앞으로 10년 이내에 일자리 3의 1이 소프트웨어와 로봇, 스마트 기계로 대체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소는 20년 후에는 일자리의 절반을 스마트 기계들이 빼앗아 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비록 예측이지만 뜻하는 바가 명백하고 심각하다. 지금도 취업이 하늘에서 별따기인 2030세대들은 이제 취직을 한다 해도 그리 오래지 않아 상당수가 실직할 것이다. 그보다 더 어린 세대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도 실업자나 저임금 노동자로 살 확률이 매우 높다. 일본의 고베대학교 명예교수인 마쓰다 다쿠야는 이런 현상을 ‘제3의 실업파도’라고 규정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18, 19세기 산업혁명과 1960년대의 공장 자동화에 이어 다가온 문명사적 전환이자 위기라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해법은 교육혁신에 있다. ‘제2의 기계시대’를 쓴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념 떠올리기’, ‘큰 틀에서 패턴인식하기’, ‘복잡한 형태의 의사소통하기’와 같은 영역에서는 인간이 컴퓨터보다 우위를 보인다며 창의성 교육을 강조했다. 옥스퍼드대학 연구소의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도 로봇이나 컴퓨터는 창조적인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더 높은 차원에서 창조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교육을 이제 지식 중심이 아니라 창의성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인데, 다행히 최근 발달한 뇌과학과 인지과학이 천재들의 특성으로만 여겨지던 창의성의 비밀을 밝혀냈다. 조지 레이코프와 마크 존슨과 같은 인지과학자들의 폭넓은 연구에 의하면, 흔히 시인들이 사용하는 수사법으로 알려진 은유(隱喩)가 모든 창의성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심지어 자연과학이나 수학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념들은 모두 은유적 사고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은유의 보물창고인 시를 낭송 또는 암송하게 하는 것이 창의성 교육의 첫걸음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고? 물론 새로운 교육방법들을 부단히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옛 것을 되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이 낳은 천재 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찰스 퍼스에 의하면 “가추법은 우리가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식”인데, 탐정소설을 읽으며 익힐 수 있다. 또 영국의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는 자연과 사회 현상 안에 들어있는 패턴들을 인식하는 능력은 계량ㆍ계산 중심의 수학교육을 형태인식 중심의 수학교육으로 바꾸면 길러진다고 했다. 정교하고 세련된 의사소통문제는 중세까지만 해도 가장 중요한 수업 가운데 하나였던 수사법 교육을 부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뇌과학 100년 역사 가운데 가장 놀라운 발견은 인간의 뇌가 새로운 것을 반복해서 익힐 때마다 신경세포들이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학습이 뇌를 바꾼다는 뜻으로 ‘뇌신경가소성’이라 한다. 이 말은 창의성도 교육을 통해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혁신에 희망을 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일자리를 놓고 사활을 겨루는 터미네이터와의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교육을 창의성 중심으로 바꾸는 혁신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용규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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