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주거난 심각] 서울대 학부생 4명 '집토스'

"청년들 매달 월세 내기도 빠듯,

중개수수료는 집주인에 받아"

관악구 일대 발품 팔아 매물 확보

한달 만에 입소문 벌써 20건 계약

20대 청년 ‘주거 난민’ 세태를 보다 못한 대학생들이 직접 부동산을 차렸다. 월세 내기도 벅찬 동병상련의 청춘 세입자들을 위해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이 이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여느 업소와 가장 구별되는 점이다.

좋은 집을 토스(toss)한다는 의미의 ‘집토스’는 서울대 학부생 4명이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사무소다. 서울대 연합전공인 벤처경영학과 수업에서 만난 이재윤(24ㆍ지구환경과학부 4년) 송준혁(25ㆍ건설환경공학부 4년) 장영희(22ㆍ간호학과 4년)씨와 지인의 소개로 합류한 김찬미(22ㆍ여ㆍ간호학과 4년)씨가 뭉쳐 지난달 15일 문을 열었다. 진태규(24ㆍ경희대 컴퓨터공학과 3년)씨는 객원멤버로 온라인 홈페이지 개발을 도왔다. 이들의 업무는 여느 부동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림동 고시촌 등 서울 관악구 일대 매물을 블로그에 소개하고 모바일 메신저나 대면 상담을 통해 집을 중개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집주인에게서는 중개수수료를 받되 세입자로부터는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19일 “집이 멀어 학교 인근에서 수차례 방을 알아봤는데 부동산에서 20만~30만원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요구해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다”며 “주거난을 겪는 저 같은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주고 싶어 사업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군복무 중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주거난을 겪는 청년들을 위해 세입자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부동산 중개사무소 ‘집토스’를 차린 대학생들이 1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사무실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준혁 김찬미 진태규 이재윤 장영희씨.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주거비로 등골이 휘는 대학생들에게 집토스는 더 없이 소중한 존재다. 현행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이 5,000만원 미만인 경우 한도액이 20만원이다. 하지만 특별한 수입원이 없는 20대에게는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금액. 경북 포항에서 올라와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모(23ㆍ여)씨는 “지금까지 세 차례 집을 옮겼는데 수십만원에 달하는 중개수수료가 부담스러워 항상 커뮤니티나 지인을 통해 직거래 하는 방법을 수소문했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개업 한 달을 넘겼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성사된 계약만 벌써 20건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상담 문의는 100건을 돌파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도 인기 비결이다. 집토스는 구매자의 환심을 사려 공간 크기를 키우는 등의 사진 보정을 하지 않는다. 이미 계약이 체결된 매물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며, 팀원들이 발로 뛰며 집주인을 만나 확보한 매물도 160여개에 이른다.

집토스는 특히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외국인 학생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이나 웹사이트의 경우 영어로 매물을 소개하지 않은 곳이 많아 해외에서 유학 온 학생들의 불편이 컸다. 하지만 집토스는 대부분 한 학기나 1년 등 단기계약을 원하는 해외 교환학생의 처지를 감안해 1년 이하 계약 매물에 대해서는 아예 영어 버전의 블로그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상담 문의 중 절반인 50여건이 외국인 학생들로 이루어진 이유다.

집토스에게 중개 수수료 절감은 시작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론 온라인에서 저비용으로 ‘공간’을 거래하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수수료를 인하해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개 과정을 단순화해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만족하는 주거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7년 온라인 부동산 계약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 방침에 맞춰 본격적으로 ‘종이 없는 부동산’ 세상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라며 “부동산 시장에서 브랜드를 구축해 간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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