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노사정 복귀' 불발

"공공노조 타격 가장 클 것" 우려

한국노총 산하 금속ㆍ화학ㆍ공공 산별노조가 18일 회의실 점거 농성까지 불사하며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 개최를 막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노동계와의 약속을 쉽게 져버리는 정부에 대한 불신에다, 정부와 경영계가 요구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 완화와 일반해고 지침이 대화 의제로 다뤄질 경우 제조업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노조는 서면약속 등 확실한 ‘물증’없는 노사정 대화 복귀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2010년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도입을 논의한 노사정 협상 당시,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던 정부의 설득에 도입에 합의해줬다. 그러나 이후 노조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근로자의 고충처리 등 노사 공통의 이해가 걸린 활동에 종사한 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날 점거농성에 참여했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 관계자는 “정부의 확실한 약속 없이는 2010년 당시처럼 뒤통수를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두 과제가 의제로 논의될 경우 한국노총 산하 26개 산별노조 중 금속ㆍ화학ㆍ공공 노조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이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금속ㆍ화학ㆍ공공 노조의 조합원 수는 각각 10만, 8만, 3만5,000명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저성과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되면 경기를 많이 타는 제조업 특성상 고용불안정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공연맹의 경우 올해 말까지 316개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일방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정부와 연초부터 각을 세우고 있다. 임금피크제 확대는 노사정 협상의 주요 과제다. 공공연맹 관계자는 “이미 정년이 60세인 곳에선 정년연장 효과 없이 월급만 깎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 산별 조직들은 한국노총 집행부가 노사정 협상에서 두 과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정부 보증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않는 이상 26일로 예정된 중집위 개최도 물리적으로 저지할 방침이다.

노사정 협상의 또 다른 주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식 입장을 내고 “기득권 유지에 급급해 노동개혁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의 역할을 방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석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정부도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계속 된다면 여당의 협조를 얻어 근로시간 단축 등 시급한 현안과제에 대한 입법부터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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