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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뒤집기' 현장된 야스쿠니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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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뒤집기' 현장된 야스쿠니신사

입력
2015.08.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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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보법안 지지·고노담화 철폐 등 주장 쏟아진 현장

일본 국회의원 집단 참배하고 박수받기도

일본의 패전 70주년을 맞은 15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일본인들이 참배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의 패전 70주년을 맞은 15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일본인들이 참배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고노 담화 철폐하자", "힘내라 아베 정권"

패전 70년을 맞은 15일 일본 우익 세력이 떠받드는 도쿄(東京) 야스쿠니(靖國)신사 주변에서는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인용 형식으로나마 거론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표현은 찾을 수 없었다.

도쿄 지하철 구단시타(九段下)역에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로 가는 길목은 우익 세력의 총궐기 장소 같은 모습이었다.

한 남성은 '헌법이라는 이름의 불평등 조약'이라는 제목의 머리 기사가 달린 소식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군대 보유와 무력행사를 금지한 일본 헌법은 '부당한 속박'이므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일본이 전후 평화 국가의 길을 걷는 데 헌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추진되는 마당에 이와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1990년대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 선도적으로 보도한 아사히(朝日)신문에 항의하고 불매하자는 운동도 한창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 철폐 서명 운동, 우익성향의 교과서를 보급하자는 운동도 함께 펼쳐지고 있었다.

국회에서 심사 중인 안보법안이 일본을 침략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므로 지지한다는 유인물이나 평화의 적은 중국 공산당 정부라는 주장이 담긴 선전물도 난무했다.

야스쿠니 신사 입구에 있던 한 남성은 "미래 세대가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할 수 없다"며 전날 아베 담화에 담겨 내용과 흡사한 주장을 열심히 설명했다.

'침략'이라는 단어를 두고 최근 벌어진 논쟁을 의식했는지 '일본은 침략 국가가 아니다'는 구호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선 사람도 있었다.

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이날 야스쿠니 신사 내부는 비교적 차분하고 질서 정연했다.

전국에서 모인 남녀노소가 참배를 위해 뙤약볕 아래 장시간 기다리는 풍경이 이어졌다.

물론 이 가운데는 전쟁 때 희생된 부친, 조부 등 혈육을 참배하러 온 평범한 일본인, 전쟁이 싫다는 일본인이 많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소박한 마음도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일본의 정치인이 조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추모한다는 명분으로 A급 전범을 함께 숭배하는 현장이 야스쿠니 신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야스쿠니신사에는 일본 국회의원의 발길이 이어졌다.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하 모임)에 소속된 여야 국회의원 수십 명이 단체로 참배했다. 참배를 마치고 나가는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는 방문자도 있었다.

야스쿠니신사 안에 있는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도 사람들로 붐볐다.

유슈칸의 상징적 역할은 '대동아전쟁 70년전'이라는 전시회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한반도를 비롯해 일본이 식민 지배·점령한 아시아 권역 등을 하나로 묶은 이른바 '대일본제국'이 미국 등 서구 열강에 맞서 싸웠다는 인식을 담은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는 태평양 전쟁이 엄연히 침략이라는 감추는 표현이다.

유슈칸에는 일본의 전쟁 무기가 전시 중이었고 특공대의 자살 공격에 사용되기도 한 '영식함상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 일명 제로센<ゼロ戰, 零戰>)가 단연 인기 있었다.

조상의 명복을 빌려고 온 이들에게 당시로써는 최신 무기를 만든 일본, 세계 지배하려던 일본, 애국심으로 가득한 일본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같았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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