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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해빙 또 놓친 골든타임… 교묘한 日 화법에 정부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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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해빙 또 놓친 골든타임… 교묘한 日 화법에 정부 난감

입력
2015.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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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왜곡된 역사인식 재확인

상당기간 대립 반목 지속될 듯

위안부 협의 실타래 못 풀어

국방장관 회담도 무산 전망

14일 오후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TV를 통해 중계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지만 과거형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14일 오후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TV를 통해 중계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지만 과거형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발표한 담화가 우리 정부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한일관계 냉각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공산이 높아졌다. 지난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잠시 해빙무드를 맞았지만 과거사 인식에서 후퇴하는 아베 총리의 담화로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다만 아베 총리가 간접 화법으로 교묘한 사죄의 뜻을 제시함에 따라 정부는 한일관계 속도조절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위안부 해법 찾기는 더 어려워져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진정성 있는 과거사 반성을 내놓지 않고 과거 무라야마ㆍ고이즈미 담화보다 후퇴한 내용으로 일관하면서 한일간 최대 쟁점인 위안부 문제의 해법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정부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담화에서 전시 여성의 피해와 관련 “존엄과 명예, 인권에 상처를 입혔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 전부다.

양국은 지난해 4월부터 국장급 협의를 시작해 올 6월까지 8차례 만났지만 아직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위안부 생존자는 47명으로 줄었고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이 89세에 달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양국은 아직 9차 협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를 재개한다 해도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일본 정부가 적극 나설 리 만무하다. 한일관계는 위안부 문제를 정점으로 실타래처럼 얽힌 구조여서 위안부 해법을 찾지 못하면 갈등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가 없다면 위안부 해법은 계속 쳇바퀴를 돌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방장관회담 이후 본격화하려던 한일간 군사협력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과거사와 안보 문제는 분리해서 추진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군사협력에 속도를 내면 일본의 의도에 끌려가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에 올 11월쯤 서울이나 도쿄에서 가능성이 거론되던 한일 국방장관회담도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형식상 과거 담화는 계승, 난감한 정부

정부는 그간 일본을 향해 “역대 내각 담화의 역사인식을 확실하게 계승하라”고 줄기차게 촉구해왔다. 이에 비춰 아베 담화는 외형상 과거 담화를 계승하고 있다. 내용면에서는 진정성을 찾기 어렵지만 적어도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은 표명했다. 성에 차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대놓고 시비를 걸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의 세련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담화 발표가 한일관계에 미칠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매도하는 감성적 접근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담화 내용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동북아 차원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 고민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특히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당시 우리측이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 등 우리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이벤트도 남아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아베의 입만 바라보며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일본의 입장표명에 상관없이 우리의 외교전략 그대로 뚜벅뚜벅 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주변국을 상대로 우리 외교의 아젠다를 확실하게 제시해 상황을 주도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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