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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총리로서, 일본인으로서, 인간으로서… 사죄합니다"

입력
2015.08.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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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담화에 반성·사죄 포함 촉구

유관순 열사 투옥됐던 방도 방문

"만세운동 힘 다하신 영혼께 휴식을… 독립·평화·인권·우애를 위해"

방명록에 적고 日 방문객 수 묻기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해 순국선열 추모비에 헌화한 후 무릎을 꿇고 조의를 표하고 있다. 추모비 뒤쪽 건물은 독립운동가들이 처형당했던 사형장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해 순국선열 추모비에 헌화한 후 무릎을 꿇고 조의를 표하고 있다. 추모비 뒤쪽 건물은 독립운동가들이 처형당했던 사형장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오늘 저는 일본의 전 총리로서,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서대문형무소를 찾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위해 많은 힘을 쓰셨던 분들이 고문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일이 벌어졌던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며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12일 오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ㆍ68) 전 일본총리가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발을 벗고 두 손을 모아 묵념한 뒤 큰 절까지 올렸다. 다시 신발을 신고 일어서며 그는 고개를 두 번 더 숙였다. 그런 뒤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를 향해 “일본이 과거에 어떠한 일을 했는지, 한국 식민지 통치와 중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 행한 침략 부분이 역사적 사실로 들어가야 한다. 반성과 사죄의 마음도 당연히 담겨야 한다”고 일갈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12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여옥사 8호 감방 앞에서 헌화한 후 합장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광복 70주년을 맞아 12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여옥사 8호 감방 앞에서 헌화한 후 합장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하토야마 전 총리는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아 평화국제회의’ 참석 차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회의 참석에 앞서 유관순 열사가 지하에 수감됐던 여성옥사에서 추도하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전달해 이날 방문이 성사됐다.

그는 여성 투사 266명이 갇혀 모진 고문을 당했던 여성옥사를 먼저 찾은 뒤 30분간 서대문형무소 곳곳을 둘러봤다. 당초 바람대로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8호실 앞에 백합 꽃다발을 헌화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 5분간 머물렀다. 안내를 맡은 이혜훈 전 의원은 “하토야마 전 총리가 일본어로 적힌 설명문을 직접 읽어보면서 방 안에 투옥됐던 일곱 분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며 “유관순 열사가 감옥에 들어와서도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는 설명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어 서대문형무소 전시관 1층의 방명록에 ‘만세운동에 힘을 다하신 모든 영혼들에게 편안한 쉼이 있기를 바라고, 독립, 평화, 인권, 우애를 위해'라고 적었다.

추모비 헌화까지 마친 하토야마 전 총리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처음에 500명 정도였던 서대문형무소의 수용 규모가 점점 커졌다는 한 가지 사실만 보더라도 여러분의 선조분들께서 독립을 위해 얼마나 힘을 쓰셨는지 알 수 있다”며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며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모든 일정을 마친 뒤에도 한 해 형무소를 방문하는 일본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 실제 고문이 이뤄졌던 지하 방이 어떤 곳인지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 70주년과 아베 총리의 담화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일본 전직 총리가 일본 제국주의 만행이 자행된 역사의 현장을 찾아 현 총리를 향해 사과를 촉구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2001년 10월에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반성이나 참회의 성격과는 무관했다.

일본 93대 총리(2009~2010)를 지낸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야당의원 시절부터 일본의 전쟁범죄 조사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죄 및 보상에 관한 법안을 제출하는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4월에는 “식민지 지배, 침략이라는 말이 감춰지면 큰 문제가 된다”며 아베 총리에게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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