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뒤죽박죽에 무질서한 조직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관실 얘기다. 사상 초유의 성추문에 휩싸인 서울 서대문구 공립 A고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감사관실의 내분은 ‘정상적인 조직이 맞나’ 싶을 정도다.

감사관에게는 음주와 폭언 논란에 이어 30년 가까이 교원으로 근무 했던 부하직원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무관 등 감사관실의 일부 부하직원들은 상급자인 감사관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고 사학의 부정비리를 비호하고 은폐ㆍ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개방직으로 외부에서 온 감사관은 기자회견을 열어“비리ㆍ부패 세력이 나를 길들이려고 한다”며 부하직원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부하직원들은 “감사관이 피해 여교사와 술자리를 가졌고 그간 감사관의 고성ㆍ폭언에 시달렸다”고 맞대응했다. 이들은‘저 사람이 더 나빠요’라고 부모에게 고자질하는 초등학생들처럼 경쟁적으로 유치한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A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 피해자 치유, 학교 성폭력 재발방지 대책마련 등에 속도를 내야 할 이 시점에 감사관실 갈등 사실만 두드러지면서 본말이 전도된 꼴이 됐다는 것이다. 교장을 포함한 다섯 교사의 상습 성범죄에 대한 관심은 시나브로 감사관실 내분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감사관이 A고 성추문을 조사할 자격이 있느냐가 논란이 됐고, 비리를 옹호한 감사관실 직원들이 감사를 제대로 하겠느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6월 감사관이 부임한 이후 불과 몇 달 사이에 감사관과 일부 직원 사이에 쌓인 반목과 불신이 시교육청 감사 전반에 대한 신뢰를 깎아 내린 셈이다.

신뢰를 잃은 감사관실이 내놓을 감사결과를 올곧이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되레 감사 대상으로 전락한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A고 성범죄 조사에서 손을 떼고 경찰 수사에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 책임 추궁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이대혁 사회부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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