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왕자의 난'

대표이사 변경싸고 절차 논란 예고

신격호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

롯데측 "이사회서 결정… 문제 안돼"

신동주 돌연 日로 출국 행보 주목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의 일본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재와 관련,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격노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7일 일본으로 출국 직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 방송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고 “일본에서 신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는 신 회장이 지난 달 31일부로 일련번호가 붙은 12개의 L투자회사 가운데 9곳은 신 총괄회장과 공동으로, 3곳은 단독으로 대표이사에 등기된 것을 두고 나온 반응이다.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 72.65%를 갖고 있어 일본 광윤사와 더불어 롯데그룹 지배의 정점에 있는 곳이다.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재 소식이 전해진 직후, 롯데그룹 안팎에선 신 전 부회장과 한 배를 탄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극을 쉽게 용인하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앞서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신 총괄회장을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던 사건과 비슷한 일이 재현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롯데 측에선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 등재는 이사회 결정을 통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만큼,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롯데 관계자는 “L투자회사들의 대표이사 신규 선임은 어디까지나 이사회 의결사항”이라며 “자문을 거친 법률 전문가의 이사회 입회 아래 실시해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의 동의가 굳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법적 절차 또한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국내 법률 전문가들은 “일본 상법상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기존 대표이사의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한국롯데 측에선 오히려 이번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재를 신 회장의 지지 기반 강화로 주장하고 있다. 합법적 절차로 이뤄진 만큼 신 전 부회장 측에서도 이렇다 할 반격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특히 12개의 L투자회사 가운데 9곳은 신 총괄회장과 공동 대표인 만큼 부친을 밀어낸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뜻을 앞세워 여러 주장을 폈지만 합법적 수순을 밟은 것은 아니다”라며 “L투자회사 대표 등재는 이사회라는 적법 기구를 거친 정당한 경영 행위인 만큼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으로 지목된 일본 소재 L투자회사 12개 전체의 대표이사가 됐다. 연합뉴스가 6∼7일 도쿄에서 L투자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확인한 결과 신동빈 회장은 L투자회사 12곳(1∼12) 모두에 올해 6월 30일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지난달 31일 자로 이런 사실이 등기됐다. 사진은 12개 L투자회사의 등기부등본. 연합뉴스

하지만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동의 없이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기습적으로 등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은 더욱 더 멀어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 등 두 번씩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중요한 경영 상황이 결정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7일 오후 7시 1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8시쯤 일본 하네다 공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한국으로 들어와 9일 동안 신 총괄회장의 숙소와 같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신 전 부회장은 방송사와 직접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와 음성, 동영상 등을 잇따라 공개하며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 등 그룹 승계가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으로 돌아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만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 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 사장들과 노조들까지 신 회장을 지지해 신 전 부회장에게 우군이 많지 않다”며 “신 전 부회장의 이번 일본행은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 등재 건 등 지난 6일 벌어진 사태와 관련해 대대적인 반격을 위한 준비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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