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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이 반도체까지 쫓아오면

입력
2015.08.0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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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서 살다 보면 현지 업체들이 내 놓는 제품들을 보며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가격은 여전히 싸지만 품질은 더 이상 엉터리 ‘짝퉁’이 아니다. 성능은 물론 디자인도 나무랄 데 없는 제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샤오미(小米)의 스마트폰이다. 애플을 모방했다 하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착한 가격(1,499위안ㆍ약 28만원)의 샤오미폰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중국 젊은이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올 상반기 샤오미의 휴대폰 판매량은 3,470만대를 기록, 작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5분기 연속 중국 휴대폰 시장 판매량 1위다. 이것도 놀라운데 이게 끝이 아니다. 샤오미는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 각종 기기들을 서로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을 구현하는 데도 앞서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실내 공기 오염도를 확인하고 전원을 켤 수 있는 공기청정기, 수면 상태에 따라 바람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컨, 스마트 혈압기와 체중계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연계, 사용자가 매일 얼마나 걷고 뛰며 잠자는 지 알려주는 팔찌와 운동화까지도 내 놨다. 이 모든 제품들이 경쟁사에 비해 절반 이하 가격이다. 소비자는 돈을 쓰면서도 마치 돈을 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창업 5년 밖에 안 된 소프트웨어 회사인 샤오미가 최첨단 사물 인터넷까지 구현하는 제품들을 속속 내 놓는 것을 보며 우리 기업들은 왜 이런 가격에 이런 제품들을 진작 내 놓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50여년 이상 온갖 가전 제품들을 생산해 온 저력의 업체다. 휴대폰은 샤오미란 회사가 생기기 전부터 세계적인 기업으로 명성도 날렸다. 한 회사에서 이 모든 가전과 휴대폰을 모두 생산하면서도 이를 연결하는 데는 그 동안 큰 성과가 없었다. 더구나 한국은 인터넷 속도와 보급도 전 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다. 누구보다 먼저 사물 인터넷을 실현하고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었으나 중국의 신생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긴 꼴이다.

정보기술(IT) 제품뿐 아니다. 중국의 창청(長城)자동차가 내 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하발(HAVAL) H6은 상반기에 중국 시장에서 17만2,000여대나 팔리며 SUV 부문 1위에 올랐다. 가격이 11만위안(약 2,000만원) 안팎으로 수입 브랜드의 절반 수준이고, BMW 출신의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이 주효했다. 베이징현대차와 둥펑웨다기아차의 판매량이 최근 급감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한 때 문짝도 안 맞던 중국 자동차 업체의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이제 40%선도 돌파했다.

최근 만난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 제품도 이미 품질에서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내 놨다.

더군다나 중국은 이제 반도체 추격도 시작했다. 중국 최대 LCD 업체인 BOE(징둥팡ㆍ 京東方)는 지난 3월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올초 중국 당국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반독점법 위반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은 최근 중국 최대 반도체 외주 생산업체 SMIC와 합작회사까지 만들어야 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따라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13억6,000만명의 거대 시장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을 감안하면 그 기간은 예상보다 짧을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증시 출렁임에 중국 경제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중국 경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한국 기업의 경쟁력 위기다. 회사를 합치고 좋은 땅을 사는 것도 때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본업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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