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리네르의 연인 마리 로랑생은 미라보 다리 근처에 살았어요. 시인은 연인을 보러 매일 다리를 건너다녔다고 해요. 미라보 다리는 건축 당시에는 세느강의 다리들 중에서 가장 길고 높았습니다. 시인은 다리를 건너며 그의 사랑도 오래 갈 것이라고 믿었겠죠. 하지만 매력적이고 자의식 강한 여성 화가와의 사랑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훈계에 지친 마리는 ‘나를 가르치려 드는 아폴리네르’라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그에게 사랑은 시보다 어려웠나 봅니다.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당신의 말은 받아쓰기 시험에서 금세 지나가버린 외국어 문장처럼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나는 사랑의 첫 단어를 겨우 받아 적었는데 당신은 마침표를 찍어버렸군요.’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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