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국정원 연루 수사로 타격

국민적 관심사안 신속 배당과 달리 첨단범죄수사부ㆍ공안부 놓고 고심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내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국가정보원 해킹 사찰 의혹의 수사를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된 국정원 불법행위 수사의 파장으로 검찰이 입은 내상도 컸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 배당부터 고민하는 배경에 이 같은 ‘국정원 트라우마’의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해킹프로그램 구매 중개업체 나나테크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 “27일 담당 부서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24일 밝혔다. 검찰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경우 고발장 접수 당일이나 다음날 수사팀을 정해 수사에 착수했던 것에 비춰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검찰 관계자는 “IT관련 분야인 동시에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건이기도 해, 여러 부서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최근 잇달아 터진 국정원 발 악재가 검찰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한 신중 행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검찰은 최근에만 해도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와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수사로 국정원에 버금가는 타격을 입었다. 대선 개입 사건의 경우 당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과 지휘 라인에 있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방식을 놓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면 충돌했다. 그 여파로 ‘항명ㆍ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져, 검찰은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이 사건의 여파로 물러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구나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가운데 핵심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 후폭풍마저 밀려들고 있다. 증거조작 사건 역시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직접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정원의 범행에 연루 됐을 것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정원이 연루된 사건 대부분이 정치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검찰을 어렵게 한다. 법리만 따지는 검찰과 정무적 판단을 원하는 정치권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국정원에 대한 수사 원칙과 현실에 대한 검찰의 내적 갈등은 수사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 인사도 “상당수 수사 검사들에게 국정원 관련 사건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며 “이번 해킹 사건 역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IT 분야 수사 전담 부서인 3차장 산하 첨단범죄수사부와 안보 관련 사건 담당 부서인 2차장 산하 공안부에 배당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해킹 수사 경험이 많은 첨수부가 적격”이라거나 “국정원의 기밀을 다뤄야 하는 만큼 업무 협조 관계를 볼 때 공안부가 맞다”는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수사의 객관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정원 파견 경력 검사들을 배제하는 게 맞다” 는 지적도 나온다. 배당이 완료될 경우 사건의 복합적 성격을 감안해 다른 부서 검사들을 파견할 가능성은 높지만,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과 같은 특별수사팀 구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편이다.

이번 검찰 수사의 본류는 해킹 대상 파악 및 실제 사찰이 이뤄졌을 경우 내부 지시 관계 등을 규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상황과는 달리 국정원에 대한 강제 수사를 진행할 만큼 구체적 단서가 확보된 상황이 아니어서 수사는 난항이 예상된다. 검찰의 다른 고위 인사는 “야당이 제시한 고발장에 나온 근거도 대부분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뿐”이라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담당 수사팀이 결정 된다 해도 현재까지 확보된 단서나 정보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사의 성격을 고려할 때 바로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관련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