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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천연가스 다시 보기

입력
2015.07.2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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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추가 건설이 정말 불가피한가

값싼 전력은 산업계에도 독이 된다

LNG 발전 늘리고 전기요금 올려야

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이 원자력발전 대 LNG발전을 둘러싼 오랜 논란에서 결국 원전의 손을 들어주었다. 2029년의 최대전력 수요를 11만1.929㎿로 예측해 22%의 설비예비율을 적용하면 3,456㎿의 설비용량이 부족한데, 이를 1,500㎿의 원전 2기 추가 건설로 메우겠다는 게 기본계획의 골자다.

겨우 2기의 원전 추가 건설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2017년 폐로가 확정된 고리원전 1호기를 포함해 현재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지만, 조만간 상업운전에 들어갈 신월성 2호기를 비롯해 건설되고 있거나 7차 기본계획 이전에 건설계획이 확정된 원전이 11기나 된다. 이를 합쳐 2029년까지 원전이 현재의 23기에서 35기로 늘어난다고 보면 가벼이 지나치기 어렵다.

당장 건설후보지로 거론된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의 지역주민 반발이 거세다. 원전도 아닌 영흥 화력발전소 7ㆍ8호기(1,740㎿) 건설계획이 주민 반발에 부닥쳐 끝내 7차 기본계획에서 빠졌다. 이에 비추어 신규 원전 2기의 건설 계획이 실제 추진 과정에서 얼마나 큰 사회적 논란을 부를지는 불을 보는 듯하다. 원전 거부감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해안 지역의 원전에서 내륙의 산업지대로 전력을 실어 나르기 위한 고압 송전선 건설에 대한 반발도 난제다. 7차 기본계획에서 동부하슬라 화력발전소 1ㆍ2호기의 건설계획이 전면 취소된 것이 좋은 예다.

이런 어려움을 알면서도 정부가 원전을 택하게 된 이유는 뻔하다. 산업계의 활력을 되살려 경제 살리기의 견인차로 삼기 위해서는 값싼 전력 공급이 불가결하다. 원자력은 석탄과 석유, LNG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발전원가나 판매단가가 낮다. 산업계의 에너지 절약 기술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뒤처진 상황에서 저가 전력은 산업활성화의 핵심 수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가의 전력 공급은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향한 산업계 스스로의 노력을 가로막아 장기적으로 산업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저가 전력은 고환율이나 법인세 삭감 등과 마찬가지로 ‘간접적 정부 보조금’성격을 띤다. 현재의 경제 침체가 구조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고, 기업의 체질 개선을 비롯한 구조개혁이 핵심 타개책이라면 정부가 제공해 온 보호막도 조금씩 걷어낼 때가 됐다. 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다.

이런 점에서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LNG다. 석탄의 경우 원자력과의 단가 격차가 극히 미미하고, 최근 미국의 LNG 발전이 석탄 발전을 넘어서는 등 세계적 수요 감소 추세로 보아 머잖아 원자력보다 단가가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적 과제인 온실가스 감축에 반한다는 점만으로도 대안일 수 없다. 그 다음으로 값싼 에너지가 LNG다. 7차 기본계획은 석탄 발전 비중을 34.7%에서 32.3%로 낮추고 LNG발전 비중을 24.3%에서 24.8%로 끌어올리기로 해 그런 고려를 눈곱만큼은 드러냈다. 문제는 그것이 생색내기에 그친 점이다. 발전 비중 조정은 전력피크 기여도, 즉 최대 전력수요에 대응해 발전설비를 전면 가동할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지난해 실제 LNG발전소 가동률이 43.2%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숫자 놀음에 가깝다.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아직 LNG 발전원가는 석탄이나 원자력의 2~3배나 된다. 셰일 혁명이 중국 등지로 번지고 수요 급팽창에 제동이 걸리는 등 천연가스 가격의 추가 인하 예고는 활발하다. 미국의 LNG 수출항 건설도 잇따르고 있다. 이웃 일본의 지난 5월 LNG 수입가격이 5개월 사이 43%나 하락했다는 보도는 세계 최고인 국내 천연가스 조달가격이 머잖아 크게 낮아지리란 전망을 한결 밝게 한다.

천연가스는 대기를 거의 오염시키지 않고,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도 현저히 적다. LNG발전 비중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려 전력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기더라도 충분히 국민에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빠진 것이라고는 정책 당국의 발상 전환뿐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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