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어른들의 인성 진흥이 더 먼저

주입식 가르침보다 스스로 기르는 것

시행령ㆍ시행규칙 새롭게 더 다듬어야

인성교육진흥법이란 것이 생겼고, 지난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어제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지난해 4월 있었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 일명 ‘이준석 방지법’이라 불린다. 당시 승객들을 팽개치고 혼자 살겠다고 배를 빠져 나온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같은 사람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배경이었다.

입법 목적은 개인의 마비된 인성 때문에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는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초ㆍ중ㆍ고교 청소년 시절부터 인성 교육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선장이 되기 전에 인간이 돼라’에서부터 ‘감독관이 되기 전에, 공직자가 되기 전에, 장ㆍ차관이 되기 전에 인간이 돼라’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법의 취재대로 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다. 당국의 말마따나 세계 최초의 입법이고, 나아가 노벨평화상 후보 감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생길 때부터 논란이 많았고, 수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본격적인 시행을 맞으며 딱 두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법 시행이 의미가 없을 터이니 지금이라도 그만 두는 게 낫겠다는 것, 굳이 계속 시행하려 든다면 인성교육 대상자의 초점을 청소년이 아니라 교사와 어른에게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법으로 인성교육을 강제하겠다는 발상은 어른들에서 나왔다. 세월호 참사를 되돌아보면 누가 인성교육의 대상인지 분명하다. 그 사건이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목표로 제시한 8대 가치는 예절 효행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다. 당시 배 안에 있었던 학생들이 이러한 인성이 부족하여 참사를 당했던 게 아니다. 배 밖에 있었던 어른들이 이러한 인성을 팽개쳤기에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새로 시행되는 인성교육진흥법에 청소년들이 크게 의아해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대상자가 수긍하지 않는 교육은 의미가 없다.

당초 정부는 초ㆍ중ㆍ고교 교사들의 인성교육 연수 시간을 연간 15시간 이상으로 의무화했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에서는 연간 4시간으로 줄였다. 교사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교사들이 한 달에 1시간도 받기 싫다는 인성교육을 학생들에게 정규교과목으로 의무화 한다면 그것이 가능할까. 벌써부터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대행해 주는 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교사들이 스스로 인성교육을 기피하는 마당이니 ‘인성 공(公)교육’마저 ‘인성 사(私)교육’에 밀려날 것은 뻔하다.

굳이 살펴보면 세계 최초도 아니다. 청소년의 인성마저 법으로 진흥할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는 나라로서 유일한 국가일 뿐이다. 학교폭력과 청소년 총기사고가 잦았던 1994년 미국에서 비슷한 연방법이 제정됐고 많은 주정부들이 이를 따랐던 적이 있었다. 청소년들의 입장을 배려하여 ‘학교개선법’이란 명칭을 사용했지만 우리의 인성교육진흥법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 10여년 시행한 후 2010년 연방정부 보고서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은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시행은 흐지부지됐다. ‘인성은 가르치거나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사회적 공감대로 확산됐다.

교육부가 나름 내놓은 ‘인성평가 진단법’이라는 게 있다.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거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따위의 설문에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아니다’ 사이에 점수를 매기고 계량화 하여 우열과 서열을 가리겠다는 모양이다. “착하게 변화시켜 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하지만 착해 보이게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청소년들을 놀려보자는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법이 시행되면서 조만간 인성교육위원회가 출범할 것이다. 위원회는 5년마다 종합계획을 세우고, 전국의 모든 교육감과 자치단체장은 이를 근거로 세부계획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 위원회의 의무와 책임이 커졌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새롭게 다듬고, 나아가 법까지 개정할 수 있는 ‘위원회안(案)’을 내놓아야 한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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