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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동물원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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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동물원은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15.07.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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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에버랜드에 살고 있는 북극곰 통키. 소년한국일보
용인 에버랜드에 살고 있는 북극곰 통키. 소년한국일보

얼마 전 동물원 에버랜드에 사는 북극곰 통키의 서식환경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벽과 수조 속 물이끼가 생겼고, 흰색 이어야 할 통키의 목과 발 부분 털도 한 때 녹색으로 바뀌었다. 북극곰은 영상 5도가 넘으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고 하는데 몸의 일부가 녹색으로 변한 것도 건강이 나빠졌다는 징표라는 게 동물단체의 주장이다. 통키는 또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같은 지점을 왔다 갔다 하고 머리를 계속해서 흔드는 이상 행동도 한다고 한다. 통키의 서식환경 개선을 위한 온라인 서명 운동이 진행됐고 5,000여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동참했다. 에버랜드는 최근 통키 집에 에어컨을 두 대 설치하고, 실외 전시장의 수질 개선을 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북극곰은 극지방의 기후에 적응된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후에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다. 더군다나 육지에서 수백㎞를 이동하며 먹이를 사냥하는 북극곰에게는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좁은 동물원 우리는 당연히 답답할 수밖에 없다.

통키뿐만 아니라 동물원, 수족관에서 사는 코끼리, 호랑이, 돌고래, 영장류 등 넓은 공간에서 무리 지으며 살아가는 동물들을 동물원에 두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환경을 좋게 만들어준다고 해도 이들에게 동물원은 사람으로 치면 평생 침대에 누워있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물원이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동물의 종 보전, 동물에 대한 연구 등도 있지만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동물에 대한 교육을 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원 속 동물들이 실제 동물의 특성을 갖고 있는 진정한 동물이라고 불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좁은 공간이 괴로워서 머리를 이리 저리 찧는 호랑이, 몸이 녹색이 되어가는 북극곰, 고된 훈련에 먹이를 먹기 위해 쇼를 하는 돌고래를 보여주면서 책에 나오는 동물이 아니라 진짜 동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동물원 속 동물들의 권리인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3년 발의한 ‘동물원법’이 2년간 국회에서 계류되다 지난달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면서 재부각됐다. 하지만 여당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여전히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동물원법이 제정되지 못하면 ‘제2의 통키’가 나오더라도 정부에서 제재할 근거가 없다. 아직까지 동물원 현황과 실태에 대한 기본 조사조차 미흡하며 동물원 설립 기준, 사육 규정 등도 없다 보니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동물원들이 난립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대자연 체험관 오비 요코하마.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대자연 체험관 오비 요코하마.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대자연 체험관 오비 요코하마.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대자연 체험관 오비 요코하마.
코끼리들이 초원에서 물을 찾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바람과 진동을 더해 실제 코끼리 가족을 지켜보는 느낌을 주는 오비 요코하마의 코끼리 관.
코끼리들이 초원에서 물을 찾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바람과 진동을 더해 실제 코끼리 가족을 지켜보는 느낌을 주는 오비 요코하마의 코끼리 관.

얼마 전 일본 요코하마(?浜)에 있는 자연 체감 박물관 ‘오비 요코하마’를 찾았다. 영국 BBC 어스와 일본 세가가 합작해 만든 곳이다. 코끼리 관에 들어서니 좁은 공간에 갇힌 코끼리가 아닌 실제 엄마, 아기코끼리가 초원에서 물을 찾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바람과 진동을 더해 실제 코끼리 가족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좁은 철창 속 고릴라가 아닌 진동의자와 3D안경 바람의 힘을 빌려 헬기를 타고 숲 속 고릴라가족을 만나고, 폭 40m, 높이 8m의 대형 스크린에서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어캣과 미국 국립공원 속 동물들을 만나 보았다. 아이들을 위해 철창 안에 갇힌 동물을 보고 먹이를 주는 것보다 실감나는 영상과 함께 동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낫지 않을까. 나중엔 멸종되는 동물이 생겨나면서 원하지 않아도 영상으로밖에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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