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 ‘옛날에 남자와 여자가 스텔라 자동차를 탔다’는 장난스런 이름을 지닌 이 밴드의 음악은 여름밤 열기에 기분 좋게 취한 한량의 음악 같다. 출렁출렁하며 흐느적흐느적거리고 흐물흐물하다. 4년 만에 3집 ‘선파워’를 발표한 이들의 음악을 장르로 설명하긴 어렵다.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지다가도 의뭉스럽게 정색하는 이 밴드는 사이키델릭에 신스팝, 신중현 시대의 록, 민요까지 관통하며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2007년 데뷔 후 8년간 겨우 3장의 앨범을 냈을 만큼 다작과는 거리가 먼 밴드지만 이들은 “1년에 많을 땐 100회에 이르는 공연을 할 만큼 정신 없이 바쁘기 때문에 4년에 앨범 하나 내는 게 자연스러운 주기”라고 말했다.

구남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조웅(보컬ㆍ기타)과 임병학(베이스)이 서울 경희대 앞에서 ‘구남과여’라는 카페를 열고 직접 공연을 하며 시작했다. 1집 ‘우리는 깨끗하다’와 2집 ‘우정모텔’이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이후 박태식(드럼), 김나언(키보드)을 영입해 4인조로 개편했다. ‘선파워’는 4인조로 발표하는 첫 앨범이다. 전작에 비해 일렉트로닉 요소가 대폭 늘어나 훨씬 밝고 화사해졌으며 선율은 더욱 또렷해졌다. 전곡을 만든 조웅은 “태양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면서 제목을 ‘선파워’로 짓게 됐다”며 “젊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좀 더 경쾌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11곡이 실렸다. 뿅뿅거리는 신시사이저 연주와 발랄한 창법이 인상적인 ‘젊은이’, 조웅과 김나언이 함께 부른 사랑의 듀엣 ‘UFO’, 1960년대 사이키델릭 팝을 연상시키는 ‘골드빌’, 신중현의 기타 리프를 떠올리게 하는 ‘재미’와 ‘피’ 등 기존 구남의 음악적 틀을 유지하면서도 폭넓게 확장했다. 김나언은 “앨범을 만들며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건 ‘재미있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재미’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인디음악계에서 돈과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들만의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앨범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인디음악계도 트렌디한 음악이 지배하고 있어요. 아이돌 가수가 아닐 뿐 겹치는 느낌이죠. 상황이 그럴수록 트렌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음악을 해보고 싶습니다.”(조웅)

이번 앨범을 제작하며 구남은 직접 레이블을 만들고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의 절반 가량(800만원)을 모았다. 제작비를 낸 이들은 앨범에 코러스로 참여했다. 박태식은 “우리끼리 회의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아이디어였다”며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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