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최근 베이징(北京)에서는 항공기 편대가 줄을 지어 날아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오는 9월3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릴 ‘항일 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위한 연습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날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국의 첨단 군사력을 전 세계에 다시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 각국 정상들이 참석해 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초청장을 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찌감치 참석 의사를 밝혔다.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도 최근 참석을 약속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 유럽 국가들의 참석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김 제1위원장보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리 참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여부는 국제적인 관심사다. 중국이 일본이나 어쩌면 미국을 겨냥해 사실상 무력 시위를 하는 자리에 한국이 참석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없잖다. 열병식이 1989년 민주화 시위를 탱크로 짓밟은 곳에서 열린다는 점도 찜찜하다. 시 주석의 좌우로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서는 것도 다소 어색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해야 할 이유는 그렇지 않은 이유보다 많다.

먼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한국이 항일 전쟁 승리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명분이 서는 일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중국에서 중국인과 함께 항일 독립 전쟁을 벌였다. 이는 ‘한중 두 나라의 독립을 회복하고 공동의 적인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기 위해 연합군의 일원으로 항전한다’고 밝힌 광복군 선언문에 잘 나와 있다. 항일 승리 70주년 기념식은 중국 대륙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우리 선열들의 희생과 정신이 광복에도 큰 힘이 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기도 하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한중이 이러한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동북 아시아의 평화를 기약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둘째 한중 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킬 수 있다. 이웃은 바꿀 수 있지만 이웃 나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이사를 갈 수는 없다. 우리는 중국과 잘 지내는 법을 찾아야만 한다. 사실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7% 안팎의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인구 13억6,782만명의 거대 시장 중국은 우리 경제에는 기회다. 외교적인 면에서도 통일이란 민족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가능한 한 많이 만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우리가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면 중국도 우리를 더욱 각별히 여길 것이다.

셋째 위기에 직면한 한중 교류를 회복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행 발길은 80%나 감소했다. 그렇지 않아도 올초부터 엔화 약세로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행이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한국행이 감소하던 차에 터진 메르스 사태는 한중 교류를 한 순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럴 때 한국 최고 지도자의 방중은 한중 교류를 정상화하는 데 적잖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많아지면 수혜자는 우리 국민들과 기업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열병식 때와 달리 중국 열병식 참석은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이왕 참석한다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경우처럼 눈치보다 뒷북을 치기보단 선수를 쳐 더 나은 대접을 받는 것이 낫다. 열병식까지는 이제 달포밖에 안 남았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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