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조지프 나이(78)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저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경제력, 군사력(하드파워)과 함께 소프트파워(문화, 정치적 가치 등)를 ‘아메리칸 파워’의 원천으로 들었다. 다른 국가를 설득하고 매료시켜 그들의 협력과 조화를 끌어내 미국이 원하는 바를 얻는 것, 그것은 하드파워보다 더 강한 소프트파워 덕분이라고 역설했다. 다분히 G2로 부상한 중국을 겨냥한 비교우위론적 입장이다.

▦뉴호라이즌스호의 명왕성 탐사 성공은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이 노(老)석학의 입지를 더 단단하게 할 것이다. 미국은 뉴호라이즌스호의 성과를 통해 국제질서 측면의 힘뿐만 아니라 미국 내부에 축적된 과학 기술의 수준과 역량을 한껏 과시해 보였다. 9년 6개월을 날아가 태양계 끝에 도착해서 초속 14km의 속도로 비행하고 있는 우주선을 1분 단위로 정확히 통제해 탐사자료를 얻어내는 작업은 어지간한 국가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이다.

▦뉴호라인즌스호가 명왕성 최근접 비행을 하던 날,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이 성조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장면이 인상에 남았다. 그것은 과학 기술이 인류발전을 견인할 것이라는 믿음, 우주 탐사사(史)를 새롭게 쓴 과학적 성취에 대한 뿌듯함, 어릴 적 꿈을 현실에서 가능하게 해준 미국적 시스템과 문화와 같은 소프트파워에 대한 자부 같은 것들이 버무려진 환호이리라. 반면 이 조그마한 지구, 태평양 건너 한국은 어떤가. 수많은 꿈들이 창대한 우주에서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끌어주고 밀어주고 있는가.

▦과학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으로 달려가고,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수학 기출문제를 달달 외우고 풀고 해야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우주를 향한 꿈과 열정은 어릴 적 반강제로 읽은 세계위인전집에 담아 놓은 남의 나라 일이다. 소프트파워 배양은커녕 아이들에게서 꿈을 앗아가는 교육으로 과학기술 진흥, 과학입국을 지향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하긴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법까지 만들어 인성 사교육까지 부추기는 정부에 무얼 기대할까. 이 와중에 교육 부총리는 벌써 표밭에 마음이 가 있다고 한다. 답답한 현실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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