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청산별곡'] 5. 대둔산

‘노약자, 임산부, 음주자는 위험하오니…’

‘장난 행위를 절대 금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롤러코스터나 바이킹처럼 아찔한 놀이기구 앞에서나 볼 법한 경고 문구다. 사실은 전라북도 완주군수가 ‘호남의 금강산’ 대둔산을 찾은 등산객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대체 대둔산에 무엇이 있기에?

삼선사다리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풍경. 낙하를 앞둔 롤러코스터의 트랙을 연상시킨다.

“아저씨! 제발 사진 그만 찍고 얼른 올라가세요!”

엉거주춤 사다리에 매달린 채 애먼 앞사람을 독촉한다. 뒤를 돌아보면 깎아지른 절벽에 소름이 쫙 돋는다. 이 사다리가 부실공사로 갑작스레 부서지면 어쩌나, 앞 사람이 넘어져서 전부 절벽 아래, 아니 이승 밖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오만 공포스러운 상상에 사로잡힌다. 집에 있는 엄마 얼굴까지 공연히 보고 싶어진다. 사다리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겨우 사다리 끝에 다다르면 다리에 힘이 쫙 풀린다. 본인의 담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면 대둔산에 오를 것을 추천한다.

가을 단풍철 대둔산은 놀이공원을 방불케 한다. 일방통행인 금강구름다리와 삼선사다리 주변은 이곳을 건너 가려는 사람들의 대기행렬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등산객들은 마치 새로 생긴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작정하고 줄을 선 사람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지난해 10월 이 곳을 찾았을 때는 금강구름다리를 건너기 위해 거의 30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절벽과 절벽 사이를 연결한 구름 다리에 수십 명의 사람이 들어차면 공포감은 그만큼 배가 된다.

바위에 매달린 삼선사다리. 단풍철에는 수십명의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줄지어 올라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황천길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말은 아니다. 금강구름다리와 삼선사다리는 1985년 완공되었는데, 대둔산도립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까지 추락사 등 안전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다.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통제가 되기도 하지만 나지막한 산이기 때문에 갑작스런 기상 변화로 고립되거나 조난될 가능성도 적다. 이름이 사다리이긴 하지만 난간과 발판이 있는 계단에 가깝기 때문에 일반 등산객들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다만 약간의 용기와 스릴을 즐기겠다는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

오히려 질끈 감은 눈을 뜨면 대둔산의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이 금강구름다리와 삼선사다리다.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으로 꼽히는 ‘금강계곡’을 즐길 수 있는 공중 전망대다. 다리 주변으로 펼쳐진 기암괴석은 금강산과 견줄 만큼 훌륭하다고 해서 금강계곡이라고 불린다. 삼선사다리는 ‘삼선바위’에서 따온 이름이다. 고려 말 나라가 망한 것을 한탄한 재상이 딸 셋을 데리고 평생 대둔산에 숨어 지냈는데, 이 세 딸이 바위로 변해 능선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대둔산 정상에 자리 잡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금강계곡을 공중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금강구름다리. 구름다리 뒤쪽으로 삼선사다리가 보인다.

구름다리와 사다리 외에도 대둔산 곳곳에는 유난히 역사와 전설이 깃든 곳이 많다. 1895년 동학혁명군의 최후의 항전을 벌인 곳도 대둔산으로 전해진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바위의 모습을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사흘간 머물렀다는 동심바위도 시선을 잡아 끈다.

다만 등산로가 다양하지 않고 경사가 가파르다는 것이 단점이다. 보통 대둔산관광호텔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한 시간 정도만 올라가면 700m(정상은 878m) 고지에 다다른다. 그만큼 능선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정상인 마천대까지는 배려 따위 없이 늘어선 돌계단을 주구장창 올라야 한다. 그나마 산중턱 두 군데에 큰 매점이 있어 시원한 동동주로 더위를 달랠 수 있다.

탐방로를 오르다보면 등산객을 마중 나온 동동주 표지판이 눈에 띈다. 동동주와 파전, 막걸리 등을 파는 매점이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대둔산 관광호텔 부근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구름다리와 사다리 부근까지 다다를 수 있다.‘대둔산 놀이공원’까지 직행할 수 있는 셈이다. 케이블카에서는 대둔산에 어려있는 이야기와 전설들을 방송으로 들려준다.

하지만 기왕이면 두 발로 걸어 오르길 권한다. 땀을 쭉 뺀 후 금강구름다리에 올라 맛보는 ‘바람 샤워’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말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