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지위 박탈 계기된 에리스와 크기 비슷… '복권' 주장 나올 수도

중력 미약한데 대기 존재 '미스터리'… 표면에 패인 크레이터 흔적 없어

질소·메탄이 물처럼 흘러다니는 액체행성 가설 설득력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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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과 약 1만2,000여㎞ 떨어진 지점을 통과하며 촬영한 영상들이 공개되면서 국내외 천문학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천문학자들에게도 미지(未知)의 존재였던 명왕성의 실체가 속속 밝혀질 거라는 기대가 크다.

16일 국내 천문학계에 따르면 무엇보다 수십 년 동안 계속돼온 명왕성의 크기를 둘러싼 논란을 단번에 잠재웠다는 점이 현재까지 뉴호라이즌스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뉴호라이즌스의 영상이 지구로 날아오기 전까지 천문학자들 사이에선 명왕성 지름이 2,300㎞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워낙 거리가 먼 탓에 정확한 측정이 어려워 여러 관측 자료를 토대로 이렇게 추정해왔을 뿐이다.

뉴호라이즌스는 속 시원한 ‘답’을 천문학자들에게 안겨줬다. 뉴호라이즌스 카메라에 찍힌 명왕성의 지름이 예상보다 70~80㎞ 더 긴 것이다. 2006년 명왕성의 지위를 지구와 같은 태양계의 정식 ‘행성’에서 거대한 암석 덩어리에 불과한 ‘왜소행성’으로 격하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소행성 ‘에리스’(지름 약 2,400㎞)보다 비슷하거나 크다는 얘기다. 당시 명왕성보다 크다고 확신했던 에리스의 존재가 명왕성에게 지위 격하의 불운을 안겼던 만큼 뉴호라이즌스 탐사를 토대로 명왕성에게 행성의 지위를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명왕성은 천문학자들에게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지름이 약 3,500㎞인 달조차 중력이 미약해 대기를 붙잡고 있지 못하는데, 달보다 훨씬 작은 명왕성은 1980년대에 이미 대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뉴호라이즌스는 이 사실도 확인시켜줬다. 하지만 대기가 많지는 않다. 지구의 10만분의 1~100만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희한한 건 뉴호라이즌스가 지금까지 보내온 영상들에서 아직 크레이터(깊이 패인 웅덩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성 화성 달 등 고체로 이뤄진 태양계 천체는 대부분 곳곳에 크레이터가 형성돼 있다. 크레이터는 먼 옛날 암석이나 얼음 덩어리끼리 뭉치고 흩어지며 천체가 만들어는 과정에서 생겼거나 이후 우주 곳곳에서 날아온 소행성과 부딪히면서 만들어진 자국이다. 지구에도 이런 자국이 있지만, 대기와 물의 영향으로 생기는 풍화작용 때문에 없어졌거나 일부는 커다란 호수 형태로 변했다.

천문학자들이 보기에 크레이터 자국을 지우기에는 명왕성의 대기가 너무 적다. 과거 명왕성에도 크레이터가 있었을 거라고 가정한다면, 이를 없앤 ‘뭔가’가 존재할 거라는 예측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가장 유력한 게 바로 액체다. 명왕성은 표면 온도가 영하 200도나 돼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천문학자들이 추정하는 명왕성의 액체 성분은 질소와 메탄이다. 이들이 낮은 온도에서 마치 물처럼 흘러 다니며 오랜 시간에 걸쳐 크레이터 자국을 지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명왕성이 지금까지 지구와 비슷한 고체 행성일 거라 여겼던 가정 역시 흔들릴지도 모른다.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근접 촬영해 보내온 명왕성 최대 위성 카론의 모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4일(현지시간) 제공한 것이다.AP 연합뉴스

하지만 아직은 대부분 추정일 뿐이다. 명왕성의 진짜 ‘속살’은 뉴호라이즌스가 계속해서 보내올 추가 자료에 담겨 있다.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뉴호라이즌스 자료로 명왕성의 비밀을 밝혀내려면 앞으로 1년 반은 걸릴 것”이라며 “인류의 명왕성 탐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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