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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안철수는 왜 '문재인 폰'으로 해킹 시연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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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안철수는 왜 '문재인 폰'으로 해킹 시연 했을까

입력
2015.07.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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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서 해킹 되는 스마트 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서 해킹 되는 스마트 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발견된 악성코드는 없습니다.”

16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뭔가 나오기를 바랐던 기자들 중에는 “아무 것도 없어?”하며 되묻는 이들도 있었습니다만 다행이라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반응들은 문재인 대표의 스마트폰이 최근 국가정보원이 구입해 문제가 된 이탈리아 해킹팀의 해킹프로그램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검사 결과 덕분인데요. 이어 ‘다음 선수’인 이종걸 원내대표의 스마트폰에서도 악성 코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날은 무엇보다 안철수 의원이 문 대표의 스마트폰 감염 검사를 직접 주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날 당 내 국정원 불법사찰의혹 조사위원회(가칭)의 위원장을 맡은 안 의원이 ‘국정원 불법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를 진행한 겁니다.

당 내부에서는 문 대표의 스마트폰을 1번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미리 검사해 본 스마트폰 중 실제 감염이 된 제품을 대상으로 해야하는지를 놓고 고민하기도 했습니다만 대외적으로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는 문 대표의 스마트폰이 좋겠다고 결론 내렸고, 결국 문 대표의 스마트폰이 실험 대상이 된 것입니다.

시연 및 검사에 앞서 문 대표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안 전 대표가 직접 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주셨다. 감사 드린다”며 “안 전 대표는 잘 알다시피 한국 최고의 IT백신 전문가”라고 안 의원을 치켜세웠습니다.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고 사이버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의 창업자기도 한 안 의원은 자신의 전문성을 이번에 십분 발휘하게 됐죠.

시연에서 안 의원은 국정원이 구입했다 알려진 해킹팀의 해킹 프로그램과 유사한 해킹 프로그램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설치해 원격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였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이 꺼져있는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통해 주변 영상이 그대로 원격조정을 하는 노트북에 전달되자, 대표실에 모여있는 수 십 명의 기자들과 당직자들은 도ㆍ감청의 공포를 느끼며 순식간에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안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해킹 프로그램은 휴대폰이나 컴퓨터의 카메라ㆍ오디오 등 프로그램 가동뿐 아니라 내부 파일을 몰래 다운로드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당 내 조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안 의원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국민 불안 해소’라고 합니다. 때문에 어제 안 의원은 밤 새 사이버보안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해킹팀의 해킹 프로그램을 잡아낼 전용 백신을 만들어냈죠. 이번에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스마트폰을 검사한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입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스마트폰 악성 코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안 의원은 빠른 시일 내에 해킹 검진센터를 당에 설치하고, 일반인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안 의원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검사만으로도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놓은 사람이 원격으로 지우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며 “그렇게 되면 검사활동 자체로 국민들 사생활의 안전보장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 검사'를 진행하며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의 해킹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 검사'를 진행하며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의 해킹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특히 그 동안 다소 서먹한 사이였던 문 대표와 안 의원이 특정한 이슈로 힘을 합쳤다는 점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문 대표는 최근 안 의원에게 인재영입위원장, 혁신위원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몇 차례 중요한 역할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번번이 두 사람 사이의 의사 소통 부족 등으로 손 잡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 안 의원이 이번 국정원 해킹 의혹 이슈에 대해서는 직접 나섰는데요.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안 의원은 “정치가 모든 이슈를 다 다루기 때문에 정치를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경험을 해보니 먼저 내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풀어가며 경험과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 안 의원의 말을 바탕으로 보자면 다른 자리는 몰라도 해킹 이슈야 말로 그를 따라올 자는 국내 정치인 중에는 누구도 없다고 할 수 있고, 안 의원이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었습니다. 사실 워낙 전문적인 이슈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간 상황이라 제 아무리 안철수 의원이라도 대단한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안 의원이 팔을 걷어 부치고 뭔가 해보겠다고 나선 것 자체는 그 동안 “파이팅이 부족하다” “정치인이란 자고로 상처나고 욕 먹을 게 뻔해도 어떤 문제가 생기면 달려들어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당내 인사는 “안 의원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뭔가에 열심히 인 것은 처음 본다”며 “뭔가를 얻어내면 금상첨화겠지만 설사 특별한 성과가 없더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그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의혹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지 안 의원의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아직까지 개발된 해킹 프로그램 전용 백신은 ‘안드로이드 체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곧 아이폰 용도 개발된다고 하니 불안하신 분들은 조금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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