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방지 첫걸음 중앙정부 개편

복지ㆍ보건 묶는 건 해외에는 드물어

보건정책실, 건강ㆍ질병정책관 필요

메르스라는 이름이 익숙해 진지 한 달이 넘었다. 이전만 해도 메르스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으나, 이제 모든 국민이 메르스 하면 두려움과 슬픔을 연상하게 됐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1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형국이다. 낙타를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국가 중 메르스 발병국은 극히 드물었고, 발병해도 5건 미만에 그쳤다. 그런데 한국은 15일까지 186명이 확진 됐고 이중 36명이 사망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봉쇄 실패, 의료쇼핑, 병원 감염 대책 미비, 간병제도, 병문안 문화 등 한국 보건 부문의 취약한 곳만을 메르스가 정교하게 공략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과 대장암 5년 생존율 전세계 1위, 위암 5년 생존율 71.5%(미국은 28.3%) 등 한국 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증후군(사스)과 2009년 신종플루(H1N1)에 대한 대응에선 방역 선진국이란 얘기까지 들었다. 전세계 29개국 8,089명의 환자가 발생해 774명이 사망한 2003년 사스 사태 와중에 한국은 4명의 환자만이 발생했고 사망자도 없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보건원(현재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의 전염병관리부의 3과 24명이 해낸 결과였다. 사스를 통해 질병관리본부가 발족됐으며, 2009년 신종플루를 통해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도 증액했다. 그러나 2015년 메르스로 국가가 뚫렸고, 최고 의료기관 중 하나가 뚫렸고, 많은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감염내과가 뚫려 방역 후진국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방역 체계를 정비하고 병원 감염 대책 마련 등 의료체계 취약성을 보완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중앙정부 개편이 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본부 745명과 소속기관 3,025명으로, 올해 예산만 53조가 넘는다. 산하기관도 18개나 되는 거대 부처다. 복지와 보건을 한데 묶은 것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런 와중에 복지 중시 추세에 밀려 보건복지부의 또 한 부분인 보건은 급격히 약화된 게 사실이다.

2005년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치인 출신 4명, 경제 부문 관료 출신 2명, 복지 전문가 2명이 담당해 오고 있다. 조직ㆍ예산 및 업무에서 보건 소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장관의 전문성 및 관심 부문도 보건이 아닌 복지 쪽에 치중되어 있다 보니 구조적으로 보건 분야는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에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질병과 관련된 부서는 질병정책과 뿐이다.

제2의 메르스 사태 등 미래 신종 감염병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사회복지부로 분리하는 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만하다. 보건 체계와 의료 체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국민 건강을 책임질 보건부를 발족해, 보건정책실을 두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정책관과 국민의 질병을 책임지는 질병정책관(급성감염성질환정책과, 만성감염성질환정책과, 만성질환정책과, 암정책과)을 둬 보건의료체계를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 사태로 여실히 드러난 의료 체계 개선을 위해서 의료정책실(의료정책관, 공공의료정책관, 의료자원정책관)과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담당한 의료보장정책국과 보건산업정책국을 두는 등 3실 2국 10관 37과 규모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또한 보건부의 산하기관으로 준정부기관 3개(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와 기타 공공기관 8개(대한적십자사, 국립암센터, 국립중앙의료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국건강증진재단,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를 포함시킨다면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통합 조직으로 힘있는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다. 메르스라는 신종 감염병 사태를 한국의 보건의료 혁신 계기로 삼아 제2의 메르스 사태 악몽을 끝내야 한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ㆍ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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