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생겼다는 데 만족합니다.”

몇 년 간 공백기를 가지다가 최근 활동을 재개한 중견가수 A씨는 요새 한껏 들떠 있다. 얼마 전 KBS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잊혀질 뻔했던 이름을 다시 알렸고, 이를 계기로 여러 방송사의 노래 프로그램에 줄줄이 섭외가 됐다.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날 수밖에.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가 무명이나 과거의 연예인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무한도전’ ‘해피선데이-1박2일’처럼 10명 이내의 고정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을 끌고 가던 형식이 대세였지만, 이제 수시로 출연자가 바뀌는 ‘비고정 시대’가 열린 탓이다. MBC ‘일밤-복면가왕’ ‘진짜 사나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나 혼자 산다’,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불후의 명곡’, SBS ‘오 마이 베이비’ ‘불타는 청춘’, JTBC ‘백인백곡-끝까지 간다’ ‘히든싱어’ 등이 그러한 예다.

지루할 만하면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지는 이런 프로그램은 PC나 스마트폰 등 TV를 대체할 매체가 얼마든지 많은 시대에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특히 tvN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등에서 예상치 못한 노배우들의 ‘한 방’에 쓴 잔을 마신 지상파 방송사들은 노출 빈도가 낮은 출연자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렇게 윤형빈, 개코(다이나믹 듀오), 루나(에프엑스) 등이 나온 ‘복면가왕’은 감동으로 다가오고, 추억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씨의 ‘마이리틀텔레비전’ 출연은 시청자들을 울컥 눈물 쏟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의 ‘무도가요제’나 ‘1박2일’의 ‘친구특집’도 비슷한 맥락이다. 인디밴드 혁오가 급부상하고 문근영이 털털한 매력으로 어필한 것은 식상함을 떨쳐낸 성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작용도 따른다. 지난 7일 방송된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선 수영 종목을 위해 성훈, 이재윤, 강지섭, 샘 해밍턴 등 10여명의 연예인들이 1,2조로 나뉘어 자유형 대결을 펼쳤다. 최종 우승자 1명을 고정 멤버로 뽑는 경쟁이다. “소속사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신인 아이돌그룹을 알리기 위해”라는 뚜렷한 출연 목적이 먹먹하기까지 하다. 예능 출연 기회를 잡기 위해 헉헉대는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다. 넘쳐나는 인력 풀을 가동하는 방송사가 한편으로는 ‘출연하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무언의 ‘갑질’을 하는 게 아닌지 씁쓸해진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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