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찍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벨기에 소설가 장-필립 뚜생의 ‘사진기’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욕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구절로 끝이 납니다. “나는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현재, 현재 이 순간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그 덧없이 사라지는 축복의 순간을 고정시켜 보려고 애썼다. 마치 살아있는 나비 몸뚱이를 바늘 끝으로 고정시키듯.”

그러니까 찰칵, 셔터를 누르는 일은 박제 핀에 꽂혀 파르르 떨며 죽어가는 나비의 마지막 몸짓을 바라보는 일이군요. 이 문장들은 단순히 사진촬영에 대한 비유가 아닙니다. 시인은 자신의 눈빛으로 사랑하는 이의 모든 순간을 찍으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필름이든 눈빛이든 기억이든 순간의 나비를 산채로 붙잡을 수는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내 눈 앞의 당신을 찍고 있는데, 필름도 가득한데, 이 순간들은 영원히 인화될 수 없어요. 그래서 훌륭한 사진사는 필름이 아니라 찍는 순간 그 자체를 열렬히 사랑합니다.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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