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전망 3.1%에서 2.8%로 낮춰

메르스ㆍ가뭄으로 2분기 경기 부진 반영

그리스ㆍ중국ㆍ미국 금리 3각 파도 비상

한국은행이 결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에 내놓은 기존 3.1%에서 2.8%로 낮췄다. 이주열 총재는 어제 금통위 후, 불과 2개월 여 만에 전망치를 낮춘 배경을 “수출이 부진하고 메르스 사태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3분기 이후에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애써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 대외여건이 최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악화하고 있어 오히려 위기감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한은은 당초 2분기 성장률을 1%로 잡았다. 하지만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메르스 여파에 가뭄까지 덮치면서 추정치가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 우려대로 5분기 연속 0%대 성장이 현실화한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2분기 전망치에서 빠진 0.6% 포인트를 주로 반영해 연간 전망치를 낮췄다고 보면 된다. 2.8% 성장만으로도 이미 정부의 3%대 성장률 사수 목표는 물 건너 간 셈이 된다. 문제는 3분 이후의 완만한 회복세를 전제로 한 2.8% 성장 전망조차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경제 대외여건을 보면 마치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폭락, 미국 금리인상 등 3각 파도가 불온하게 넘실거리며 몰려오고 있다. 그리스 사태는 12일 정상회의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의 현실화 여부를 가를 고비가 되겠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만으로도 반짝 회복세를 타는 듯 했던 유럽 경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세계 경제에 도미노식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 공포스러운 건 중국 상황이다. 당장은 증시 폭락이 문제다. 지난 6월12일 지수 5,166으로 고점을 찍은 상하이 증시는 내리 3주 폭락세를 이어가며 30% 이상 빠졌다. 당국은 신규기업공개를 줄이고 수십 조원의 증시안정기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증시 주변에선 자살자가 속출할 정도로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증시의 위기가 신용거래나 그림자금융 문제 등 잠복한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증폭시켜 금융위기를 낳고, 궁극적으로 실물경제를 강타하는 상황이다. 그 경우, 영국 텔레그레프가 경고한 ‘중국판 대공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 같은 악재까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는 하반기 회복은커녕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할 위험이 크다.

정부는 어제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민ㆍ관자금 116조원을 투입해 수출을 활성화하고, 관광ㆍ벤처ㆍ건축투자를 촉진하는 내용의 경기 대책을 발표했다. 전경련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성명’까지 냈다. 관건은 신속한 실천이다. 당장 선제적 경기방어 조치가 시급한 만큼, 국회는 제출된 추경안부터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규모 논쟁보다 구체적 용도에 타협점을 맞추는 게 좋다. 정부도 이제부턴 정책 우선순위를 전면 재검토해 위기대응 수준의 비상계획 가동을 준비해야 한다. 밀려오는 대내외 상황이 정말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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