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기자의 TV다시보기]

3일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2TV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제작발표회

가상의 설정은 잊어라. 이번엔 진짜 리얼 예능이다. 연예인도, 셰프도, 아나운서도 없다. 축구에 절박한 20대 청춘들과 이들을 지도할 코치가 있을 뿐이다.

11일 방송되는 논픽션 예능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하 ‘청춘FC’)은 20여명의 축구 ‘미생’들과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 등 2002년 한일월드컵 주역들이 출연한다. 연예인 명단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다. KBS 예능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그간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냉장고를 부탁해’ 등 케이블?종편의 인기 프로그램을 따라가며 ‘대세’ 연예인들을 프로그램에 앉혔던 KBS였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청춘FC’는 가정형편 등으로 축구를 포기해야만 했던 청춘들에게 다시 한 번 도전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중에는 10대 시절 손흥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청소년국가대표를 지낸 선수도 있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축구를 버려야 했던 그들이기에 그 절박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최재형 PD는 이 절박함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연예인들이 돈이 없다는 설정으로 떠나는 여행(‘1박2일’)이나 젊은 연예인들의 결혼(‘우리 결혼했어요’), 미션으로 이름표를 떼는(‘런닝맨’) 등의 리얼 예능이 사실은 모두 가상의 설정에서 출발한다”며 “그에 비해 ‘청춘FC’는 진실에서 출발한다”고 자부했다. 그러니 연예인을 배치하고서는 애초부터 진실함을 인정받기 어렵다. 웃음보다는 진정성에 카메라를 줌 인해 격이 다른 예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KBS 2TV 논픽션 버라이어티 ‘청춘’(연출 최재형)은 지원자 2,300명 중 서류 전형 합격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이틀에 걸쳐 1차 경기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K리그와 해외 구단측으로부터 감독직을 제의받고, 현재 대표팀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는 안정환은 이를 모두 거절하고 ‘청춘FC’에 합류했다. 화려한 직함보다는 후배들이 K리그의 부름을 받아 그라운드를 누비는 꿈을 실현시키는 게 최종 목표다. “스포츠는 거짓말이 없다. 고로 웃길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리얼과 가상이 혼재된 ‘리얼 예능’의 바다에서 이 같은 도전은 반갑다. ‘삼시세끼’나 ‘꽃보다 할배’도 배꼽 빠지게 웃기는 프로그램은 아니지 않은가. 그 인기의 비결은 잔잔한 일상과 체험이 가슴을 적신 것이다. 비록 12부작으로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이 도전이 주는 메시지는 크다. 어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방향으로 쏠려가지 않는 것이 공영방송이 할 수 있는 방송일 터다.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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