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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중국어로… 아이들 적응 도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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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중국어로… 아이들 적응 도와 고마워요"

입력
2015.07.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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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은 근사하거든요.” 2011년 한국에 온 기석(7)이는 ‘토끼의 간’ 구연동화에서 토끼를 맡았다. 책을 손에 들고 글자를 읽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기석이는 아직 한글을 제대로 읽을 줄 모른다. 선생님이 불러주는 말을 듣고 문장을 외워 말하고 있었던 것. 어머니가 중국 한족인 기석이는 지난 4월부터 매주 일요일 서울 구로도서관으로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데 이제는 어머니보다 한국말을 잘 하는 수준이 됐다.

매주 일요일 오후 열리는 주말 어울림학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중국어, 양국의 역사와 문화교육을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난해 첫 문을 열었다. 동북아평화재단의 후원과 재한동포교사협회 교사들의 재능기부, 그리고 서울 구로도서관의 수업장소 제공에 힘입어 수업이 시작됐다. 초등학교 1~6학년까지 학생들이 매주 10명 가량 모여 중국어의 기초발음부터 한국어 구연동화까지 다양한 수업을 듣는다.

동일(9)이는 중국에서 한국에 온지 이제 막 두 달이 지났다. 매주 동일이와 함께 서울 오류동 집에서 40분 거리의 구로도서관까지 찾아오는 어머니 김모(48)씨는 “중도 입국한 아이가 한글 자음ㆍ모음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학교 방과 후 수업만으로는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어울림학교에서는 선생님이 1대 1로 아이를 봐주어 먼 거리에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중국어를 배우러 오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 하는 다문화 가정의 예성(12)이는 지난 2월 말 서울 영등포구로 전학을 왔다. 담임교사가 전학 온 예성이에게 서로 공감을 잘 할 수 있는 다문화학생 친구들을 사귀도록 추천해 준 곳이 주말 어울림학교였다. 예성이는 “엄마가 어릴 적 자란 중국에 가보기 전에 중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며 웃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9년 2만6,015명이던 다문화학생 수는 지난해 6만7,806명으로 증가해 전체 학생의 1%대를 넘어섰다. 교육당국은 다문화유치원, 다문화 예비학교ㆍ중점학교 등을 통해 다문화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적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어울림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문민 교장은 “보통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문화교육은 한국 적응을 목표로 하는데 부모가 외국인 체류일 경우 학생들은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경우도 많다”며 이중언어 교육의 이유를 설명했다.

동일이 어머니인 김씨는 “한국 아이들도 중국에 가면 같은 이방인이 될 수도 있듯 다문화 아이들이 한국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학교에서도 아이를 많이 다독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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