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우리말 톺아보기] 프로듀사

입력
2015.07.05 12:07
0 0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는 것은 주말 저녁의 큰 기쁨이었다. 김수현의 매력에도 푹 빠졌지만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생활의 일부가 드라마로 나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익숙한 장소,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극중 배역, 아찔했던 방송 현장의 사고들. 그런데 왜 ‘프로듀서’가 아니고 ‘프로듀사’였을까?

방송의 연출, 제작을 책임지는 사람을 ‘프로듀서’라고 한다. ‘생산하다’는 뜻을 가진 동사 ‘produ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런데 ‘-er’대신에 직업을 나타내는 우리말 접미사 ‘-사(士)’를 붙여 ‘프로듀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제목을 살짝 비튼 데에는 프로듀서의 깊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흔히 끝에 ‘선비 사(士)’가 붙으면 직업을 나타내는 말이 된다. 변호사(辯護士), 건축사(建築士), 세무사(稅務士)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판사(判事), 검사(檢事)의 ‘사’는 ‘일 사(事)’이다. 교사(敎師), 의사(醫師)는 ‘스승 사(師)’를 쓴다. 명확하게 어떤 기준인지는 밝히기가 어렵다.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나오는 전문적인 직업에는 ‘-사(士)’가 붙는 경향이 있다. ‘변호’라는 말 뒤에 접미사 ‘사(士)’가 붙어 ‘변호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판사’ ‘검사’도 전문직임에 틀림없으나 변호사와 같은 파생어가 아니라 ‘판사’ ‘검사’가 원어로 하여 쓰여 온 말이다. ‘의사’ ‘교사’ 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아나운서들은 예전부터 스스로를 ‘언어운사(言語運士)’라 칭하며 말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왔다. ‘프로듀사’ 후속작 ‘아나운사’를 기대해 보며….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