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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ㆍ포기… 메르스 시민반응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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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ㆍ포기… 메르스 시민반응 '극과 극'

입력
2015.07.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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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되며 대중 정서 이중성… "대형 악재 반복 땐 내적 혼돈 가중"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중 정서가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메르스 사태를 촉발한 정부와 2차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비판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메르스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메르스처럼 개인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재난이 닥치면 개인들은 위기탈출을 위해 공격대상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간은 자기 스스로 불안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투사(projection)’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서 “대중들은 메르스 사태 초기 부실한 대응으로 일관한 정부에 불안과 불만을 투사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세월호 참사 학습효과로 인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메르스 사태로 빚어진 불안과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분노라는 부정적 방어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우리나라처럼 매년 대형악재가 발생할 경우 개인의 내적 갈등과 혼돈이 가중된다고 경고한다. 정찬승 마음드림의원 원장(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은 “대형 악재가 반복 되면 대중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사태를 초월하거나,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과(過)각성’ 태가 된다”고 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자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는 다시 인파가 몰리는 것과 달리 병원 방문이 기피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대규모 감염사태에 반응하는 대중심리를 ‘동조집행자’와 ‘다양성 생성자’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자 자신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들은 동조집행자에 속한다. 반대로 한 번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거나, 메르스 사태 처음부터 현재까지 줄곧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면 다양성 생성자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는 “재난상황에서 전체 인구집단의 각 개체가 보이는 정신적 반응은 상이할 수 있다”면서 “극단적인 경우 우울이나 불안 등으로 인해 안으로 숨거나 혹은 과민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불안장애·우울증 환자 ▦과거 감염병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자 ▦성격이 예민한 자 일 경우 감염사태가 종식돼도 회복이 더디다고 말한다. 정찬승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반복적으로 침몰, 익사와 관련된 꿈을 꿔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메르스 사태 후 정체가 없는 대상에 쫓기는 꿈을 꾸고, 다음 확진 환자가 자기일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전문의들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특히 자녀를 둔 여성일수록 대규모 감염사태에 민감하게 반응 한다”면서 “메르스 사태 초기 집단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던 서울 강남 학부모들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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