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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쭝국’과 ‘중국’의 차이

입력
2015.06.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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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는 나라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대충 구분할 수 있다. 중국을 ‘중국’이라고 발음하는 사람들과 ‘쭝국’이라고 부르는 경우다. 중국을 쭝국이라 발음하는 사람들은 통상 중국을 무시하고 깔 보는 경향이 강하다. 쭝국이란 말 뒤에는 “쭝국에선 아무 것도 먹으면 안 돼, 달걀까지 가짜잖아” “쭝국 화장실 가 봤어? 헐, 문도 없어” “쭝국애들은 씻지도 않나 봐, 정말 더러워서 못 보겠다니까”라는 설명들이 붙곤 한다. 이들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펴는 만큼 웬만해선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인을 ‘짱깨’ 또는 ‘짱꼴라’로 비하하는 표현도 종종 들린다.

중국은 14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사는 나라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역사적 배경과 나름의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무턱대고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납득되지 않는 구석도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점들 만으로 중국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중국에도 맛있는 음식이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세련되게 옷 잘 입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을 쭝국으로 부르는 이들이 많은 건 저가 중국 단체여행의 후유증과 치우친 언론보도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행사가 항공요금 밖에 안 되는 저가 상품으로 관광객을 모아 먹이고 재우면서 이윤을 내려면 중국의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인 관광객은 자신의 바늘 구멍만한 경험담으로 중국 전부, 중국인 전체를 평가하곤 한다. 특히 저가 단체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인 ‘발안마’가 한국인들에게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발을 안마하는 ‘쭝국인’을 보며 한국인은 마치 하인을 부리는 상전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미국과 맞붙을 정도의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우리나라의 8배, 일본의 3배에 가까울 정도로 커졌다. 10년 후엔 미국마저 추월할 것이란 게 전문기관들의 예측이다.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기회를 살리지 어렵고, 우리의 위기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5,000여년의 한중 역사에서 우리가 중국에 큰 소리를 쳐 본 기간은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선 중국을 쭝국으로 부르며 근거 없이 폄하하는 시각들이 팽배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을 쭝국으로 재단한 뒤 더 이상 중국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자세다. 이런 사이 한국과 중국의 형세가 역전되고 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중국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점점 퇴보하는 듯하다. 10여년 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으로 6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중국은 이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청정국이 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사스 모범국에서 메르스 민폐국으로 전락했다. 중국인을 무시했던 한국인은 이제 중국 호텔에서 메르스 우려에 숙박이 거부될 정도로 무시 받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GDP 순위는 세계 7위에서 2위로 올라섰지만 한국은 10위 안팎에서 제자리 걸음만 했다.

더욱 한심한 건 누구보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위기 의식을 느끼면서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제시해야 할 우리나라 지도자와 정치권이 시대착오적인 독단과 아집에 파묻힌 채 속 좁은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데 있다.

2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국제 금융질서를 재편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서명식이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또 다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선언할 것이다. ‘쭝국’은 이렇게 중국이 돼가고 있다. 우리는 무얼 하고 있나.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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