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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한국의 성소수자 문제

입력
2015.06.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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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외부인에게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한국은 의미있게도 유엔의 성소수자 보호 결의안에 지속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얼마 안 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중 하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또한 성소수자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를 높이는 데 찬성했다. 반 총장은 ‘호모포비아와의 싸움’이라는 한 행사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인용해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존엄과 권리를 갖고 있다. 일부 사람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의 많은 곳에서는 이런 메시지를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지난해 한국내 한 조사에서 57%가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깜짝 놀랄 만큼 높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서울시는 크게 잘못된 일련의 동성애 혐오세력들의 반대시위 이후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계획을 폐기했다. 문제는 지난 달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맞서 몇몇 기독교 조직이 벌인 반대시위로 더 분명해졌다.

축제 개회식 동안 시청과 덕수궁 주변에 있었다. 수백 명의 반대시위자들이 ‘게이 아웃:동성애자들에게는 인권이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플래카드를 흔들고 마이크로 증오를 외치며 평화로운 행사를 방해하려 했다. 이런 광경에 정말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아리랑TV 의 토론 프로그램인 ‘슈터스(Shooters)’에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몇 주 전 결혼제도가 구식인지 아닌지를 토론했다. 나는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첫 번째 국가가 됐고 그렇다면 결혼은 구식이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아일랜드는, 결혼이 우리가 최근 서울의 길 위에서 봤던 차별, 증오와 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아일랜드의 동성결혼 합법화 투표 결과는 사회적 혁명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아일랜드가 가톨릭교의 지배를 받고 있고 오랜 보수주의 전통이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오늘의 투표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드러냈다. 우리는 포용, 관용, 사랑 그리고 동성결혼에 찬성한다고 말하는 관대하고, 인정 있고, 대담하며 행복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한국 정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주목할만한 사건이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아일랜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라면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한국에서 5년을 지내오면서 한국이 내 고향 스코틀랜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이 스코틀랜드를 본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코틀랜드는 성소수자 평등에서 유럽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소리를 최근 들었다. 스코틀랜드와 영국이 성소수자 권리를 두고 씨름하는 방식과 한국의 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올해 초 한국 정부는 성소수자와 동성애에 관한 교육을 가로막는 새로운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했다.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다. 한국은 대신 영국 고등학교의 동성애자 교감인 린드세이 스키너의 사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스키너는 “학교 내에 동성애자 선생님이 있다는 것은 다양성을 논의하고 동성애혐오증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매우 귀중하다”고 말했다. 그가 옳다.

의심할 여지없이 성소수자 권리에 대해 한국 정부는 급진적으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 동성애 공포심에 사로 잡힌 기독교 혐오세력들은 암적 존재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세력과 한국 정부의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무관심은 세계적인 문제다. 내일은 ‘2015 서울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열린다. 한국은 아일랜드가 그랬듯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이런 행사를 통해 전세계를 향해 평등권과 포용 그리고 사랑을 옹호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배리 웰시 숙명여대 객원교수ㆍ서울북앤컬처클럽 주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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