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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부가 키우는 日 안내견

입력
2015.06.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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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기자가 눈을 가린채 안내견 훈련중인 후보견과 보행체험을 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가 눈을 가린채 안내견 훈련중인 후보견과 보행체험을 하고 있다.

싯토(앉아), 웨이토(기다려), 굿도(잘했어)…. 최근 방문한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시 고호쿠(港北)구의 한적한 동네에 있는 일본맹도견(盲導犬)협회 가나가와 훈련센터에서는 안내견 후보견들이 영어로 명령을 들으며 훈련에 한창이었다. 현재 50마리 안팎의 안내견 후보견들이 생활하는 이곳은 일본 내 11개 비영리 안내견 단체 중 가장 큰 일본맹도견협회가 운영하는 곳이다.

눈을 가린 채 안내견이 되기 위해 훈련 중인 한 후보견과 건물 내 복도와 계단을 걸었다. 눈을 가리는 것, 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걷는다는 것은 두려움을 갖게 했다. 처음에 뭔가 물컹한 것을 밟았는데 후보견도 사람들도 별 반응이 없어서 지나쳤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후보견의 발이었다. 후보견은 다소 주춤하는 내 속도에 발을 맞춰주었다. 후보견이 없었다면 한 발짝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에선 ‘시각장애인을 안전하게 인도하도록 특별히 훈련 받은 개’라는 뜻으로 맹도견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선 맹도견으로 부르다 한자인데다 일본식 표현이기 때문에 안내견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일본에선 안내견에게 영어로 명령을 하는데 이는 일본어의 경우 여성과 남성이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 안내견들이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내견은 약 980마리. 국내의 약 70마리에 비하면 10배가 넘는다. 역사도 길어 국내보다 약 30년 앞서 체계적인 양성을 하고 있다.

타와다 사토루 이사가 눈을 가린 채 외부로 나와 안내견 훈련중인 후보견과 보행 체험을 하고 있다.
타와다 사토루 이사가 눈을 가린 채 외부로 나와 안내견 훈련중인 후보견과 보행 체험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안내견을 양성하는 곳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11개 단체 대부분이 민간 모금으로 재원의 90%를 충당하고 10%만 정부 지원을 받는다. 민간 모금 가운데는 개인이 80%, 기업이 20%를 차지한다. 기업이 거의 100%인 우리와 한참 다르다. 그래서 일본 호텔의 안내데스크나 백화점, 반려동물 매장 계산대 앞에는 안내견 모금함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주말 백화점이나 지하철 역 앞에서는 안내견들과 안내견 사용자들이 나와 안내견 홍보도 하고 모금활동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티셔츠, 인형, 가방부터 사탕, 빵까지 안내견 관련 상품도 다양한데 수익금은 안내견을 위해 쓴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안내견협회나 안내견 사용자들이 학교나 기업을 찾아 안내견의 역할이나 안내견을 마주쳤을 때 대하는 법 등을 알려준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고 한다. 일본맹도견협회 단체 한 곳이 1년에 여는 모금, 교육행사가 1,000회가 넘는다. 일본 정부의 지원은 많지는 않지만 2002년부터 정부의 복지사업으로 인정되어 전체비용의 약 10%를 부담한다. 반면 국내에선 보건복지부가 약 1억원의 지원금을 정한 것이 전부다.

국내 안내견 사업은 기업, 그것도 한 기업에만 의존해 있다. 장애인 지원의 역할은 공공부문에 있으며 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다.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

도쿄=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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