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를 방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 흔히 오가는 말 중 하나는 “세월호 이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국의 부실한 초동 대처나 청와대 사령탑의 유체일탈 위기 커뮤니케이션, 거기서 비롯된 불신의 결과로 발생하는 반발을 그저 찍어 누르려는 모습 덕분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데자뷔가 있으니, 바로 재난을 맞이한 언론보도의 성급함이다.

한 가지 사례가 “무개념 의사” 논란으로 서울시장과 갈등을 빚었던 속칭 ‘35번 환자’의 뇌사 소식이다. 한국일보에서 지난 11일 단독 속보로 내며 빠르게 화제를 모았다가 사실 확인과 비판 속에 뇌 손상 위중으로 정정하고 사과하며 매듭지어진 일화다. 병세가 심각해지는 것은 분명히 곧바로 알릴만한 공적 관심사가 된다. 건강하고 젊은 사람이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된 첫 사례로서 질병의 변이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식 공표가 없는 상태에서 뇌사까지 단언하는 순간, 필요한 소식 전달과 불안에 대한 편승 사이의 미묘한 경계는 무너진다.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죽었는가 안 죽었는가 진실게임을 거치고 남는 것은 막연한 불안의 증폭이다.

이미 많은 시민들은 어설픈 모습을 보였던 당국이 내놓는 정보를 불신한다. 하지만 불안하기에 무언가는 믿어야 하고, 같은 처지에서 불안을 공유하는 일종의 진영 친밀감으로 자신이 믿을 정보를 선택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그 결과 오히려 당국이 내놓는 정보보다도 훨씬 근거 부실한 소문들을 ‘단챗방’에서 나눠보고 믿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불확실함이 팽배한 국면에서 언론이 걷기 쉬운 길은, 그 분위기에 성급하게 편승하여 희망과 불안의 증폭에 가담하는 쪽이다. 화제성이라는 측면에 뛰어들어, 가장 강렬한 가능성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런 방향을 선택한 몇몇 성급한 언론 보도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메르스는 이미 온 사회에 공기 감염되어 우리는 종말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모든 것이 잘 통제되어 별 것 아니라는 정권 차원의 허풍보다는 당연히 더 어둡고, 아무런 대처도 못하고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간다는 막연한 불안보다는 그나마 더 나은 어딘가 중간 지점에서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언론이 걸어줘야 할 길은, 막연한 불안을 냉정한 사실 맥락으로 걸러내고 합리적 대처를 종용하는 심심한 신중함이다. 굳이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판단하고 뿌리는 역할을 하는 모든 개개인들에게도 각자 역량만큼씩 고스란히 해당된다.

방법은 너무나 뻔하고도 어렵다. 순간의 화제성을 포기하더라도, 공적 함의가 있는 부분까지만 잘라내서 냉정하게 현황을 전하는 것이다. 집요하게 데이터를 계속 갱신하고, 전문적 식견을 깊숙하게 소화해서 실천적 문제 해결 방안을 분석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품이 많이 들고도 심심한 고난의 길을 이미 걷고 있는 언론들을, 질투하며 따라잡는 것이다.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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