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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기침에 정면 노출… 보호장구 착용에도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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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기침에 정면 노출… 보호장구 착용에도 빈틈

입력
2015.06.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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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가득한 병실서 격무

3kg 넘는 방호복에 탈진 상태

열악한 환경에 면역력 떨어져

17일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162명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 중 의료진은 14명에 달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풍부한 만큼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환자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바이러스가 가득한 병실을 매일 드나들고, 24시간 환자 상태를 살피느라 병원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의료진들의 면역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그만큼 감염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방역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방호복을 비롯한 보호장비를 지원하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의료진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ㆍ감염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전체 메르스 환자 중 약 9%를 차지하는 의료진의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과 폭넓게 접촉하는 의료진의 감염은 대규모 확산 가능성을 키우는 위험 요인이 된다.

바이러스가 득실대는 제한된 병원 공간에서 매일 다양한 환자와 접촉하며 적극적인 치료 행위를 해야하는 의료인은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되는 숙명을 가졌다. 16일 확진된 162번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사는 다른 확진 환자들의 엑스레이 영상을 찍다 기침에 노출됐다. 148번 환자인 대전 건양대병원 간호사는 메르스 감염 환자에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다 감염됐다. CPR 시행시 의료진은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 과정이 3시간 동안이나 이어지면서 보호장구에 틈이 생겼거나, 순간적으로 벗겨지면서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으로 추정된다.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에 3㎏이 넘는 방호복을 몇 시간씩 입은 채 환자를 진료하면 아무리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탈진 상태에 이른다. 방호복은 오염 없이 입고 벗는 것이 중요한데, 현장에서는 2인 1조로 입고 벗게 돼 있는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보호구 역시 호흡기 내과 등 고위험부서 의료진은 필수적으로 착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수요가 갑자기 늘어 공급 또한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N95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숨이 가빠져 착용 후 한 시간 일하기도 벅차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A씨는 “빡빡한 교대 근무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하고,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 걱정돼 귀가를 꺼리게 된다”며 “많은 의료진이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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