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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의료진 감염… 바이러스 기습에 순식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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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의료진 감염… 바이러스 기습에 순식간 당한다

입력
2015.06.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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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중 병원 관련 종사자 28명

대부분 무방비 상태서 진료 중 감염

"호흡기 질환 다루는 의사들도

이번 사태 전엔 마스크 잘 착용 안해"

감염관리 강화 대책 시급 목소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싸우는 의료진을 향한 격려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출입구에서 병원 관계자가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도 방문자 발열을 확인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싸우는 의료진을 향한 격려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출입구에서 병원 관계자가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도 방문자 발열을 확인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진단ㆍ치료하는 삼성서울병원의 간호사, 방사선사 등 의료진들의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감염은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의 통제망 밖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연쇄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진의 감염은 그 자체로도 큰 인력 손실이지만, 병원 내에서 또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성이 커져 이들에 대한 감염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발표된 신규 메르스 확진자 8명 중 의료진은 2명이다. 160번 환자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 전공의(31)는 이달 5일 76번 환자(75ㆍ여, 사망)가 엉덩이뼈 골절로 실려왔을 당시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었다. 이 의사는 76번 환자가 메르스의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해 감염을 막기 위한 방호조치를 할 수 없었다.

162번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사(33)는 이달 11~12일 메르스 확진 환자의 엑스레이를 찍던 도중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당국은 “엑스레이 촬영 중 4명의 확진자가 기침을 했고, 방사선사가 이들의 기침을 정면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방사선사 외에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던 간호사도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즉각대응팀은 이 간호사의 감염일을 기준으로 병원 내 추가 감염 잠복기를 14일 더 미루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현재 전체 메르스 환자 162명 중 병원 관련 종사자는 28명(17%)에 달한다. 병원 환자(47%), 환자 가족과 방문객(36%)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된 의사와 간호사는 각각 5명(3%), 9명(6%)으로 대부분 무방비 상태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5번 환자로 완치된 365열린의원 원장 정모씨(50ㆍ남)는 사전 대비 없이 일상적으로 진료하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와 맞닥뜨렸다.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이비인후과 의사는 “1차 의료기관은 대부분 촉진, 청진, 문진을 통해 환자를 진료한다”며 “호흡기 질환을 다루는 의사들도 메르스 사태 이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사망 직전의 메르스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다 감염된 건양대병원 간호사(39ㆍ여)처럼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와 고글 등 보호장구를 모두 갖춘 경우에도 사소한 부주의로 감염이 발생할 정도로 의료진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메르스 방역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영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장(서울성모병원 감염관리실)은 “의료진의 감염은 당사자의 건강 뿐 아니라 환자들의 안전까지 직결되는 문제”라며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신종플루 유행 이후 대형병원에서는 감염 사태에 대한 체계가 어느 정도 잡혀 있어 장비 공급 등 대응이 빨라지긴 했으나, 비용투자가 어려운 중소병원의 경우는 관련 장비 공급이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염된 의료진을 통한 메르스의 대규모 확산 우려에 대해 보건당국은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진 스스로 격리조치가 이뤄졌으며, 증상 발현 이후 환자 진료를 중단해 추가 감염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를 제외한 병원 직원들의 경우 증상 발현 후에도 격리되지 않은 채 병원에서 계속 근무했던 사례가 속속 드러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부른 이송요원(137번 환자ㆍ55ㆍ남)에 대해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동선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했고, 폐렴의 강도가 비교적 높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 환자는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무려 9일 동안이나 근무해 ‘슈퍼 전파자’가 될 위험도 적지 않은 상태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세종=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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