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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웃음 자초한 박 대통령의 초보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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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웃음 자초한 박 대통령의 초보 외교

입력
2015.06.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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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는) 쉽지 않은 협상이지만 천천히 쭉 가다가 최근 들어 조금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진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다만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한일) 국장급 협의를 포함해 다양한 노력들이 더욱 가속화될 필요가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6일 미국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했던 한일 위안부 협의 관련 설명이다. 지난 3월 7차 국장급 협의 이래 “큰 틀에서 진전은 있었지만 디테일을 놓고 협의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해왔던 외교부 당국자들의 기존 설명과 장관 발언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로써 “위안부 협상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와 있다”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으로 불거졌던 소동이 나흘 만에 정리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한일 외교가를 뒤숭숭하게 했던 이번 소동의 교훈이다. 박 대통령의 ‘마지막 단계’ 발언은 한국어 뉘앙스 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런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데 뭘 보고 진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13일 요미우리신문)며 코웃음을 쳤다. 한일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적 무시일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한국 외교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 발언이 우스워진 꼴이다.

대통령 발언의 무게감과 책임감은 이번 기회에 꼭 되짚어야 한다. 특히 국제적으로 얽힌 외교 관련 발언이라면 더 신중하고 치밀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청와대 외교안보참모들이 과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어 하나, 표현 한 줄에 국익이 왔다갔다하는 게 외교인데, 성급한 대통령 발언으로 일본의 비웃음만 자초한 박근혜식 초보 외교 때문에 일선 외교관들은 고개조차 들 수 없게 됐다.

더 우려되는 근본 문제는 외교부와 대통령 설명대로 협상이 진전되는데도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관련 단체가 내용을 몰랐던 상황이다. 정부가 일본과의 밀실, 물밑 협상으로 덜컥 합의안을 가져왔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 여론이 반발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사과, 배상 문제 등 핵심 조항을 매끄럽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공론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정상원 정치부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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