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종식 총력전

메르스 환자 1명이 0.6~0.8명 전파

고령자ㆍ만성질환자가 주로 걸려

국내선 환자 10분 접촉 '번개감염' 사례

3차 감염자 사망 비율 높은 것도 상이

국내에서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세를 분석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 질병예방통제센터 소속 전문가들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총 6명으로 구성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단과 12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전문가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국내 확산 중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중동에서 확인된 발병 양상과 상당한 차이가 발견돼 의학계와 보건당국이 혼란에 빠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장조사 중이지만 메르스와 다른 한국판 메르스(Korean MERS)라는 뜻의 코르스(KORS)로 확인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한국의 메르스가 중동의 것과 가장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전파력이다. 메르스는 환자 1명이 다른 사람 0.6~0.8명(기초감염재생산수)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치대로라면 한 환자가 다른 사람 한 명에게도 병을 전파시키지 못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한 환자가 다수를 감염시키는 사례가 여럿 나왔다. 특히 1번 환자는 30명, 14번 환자는 40명 넘게 감염시킨 ‘슈퍼전파자’다. 학계는 가족간병이 많고 응급실이 유난히 북적거리는 우리나라 병원을 감안해도 전파력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당초 메르스는 2m 이내 거리에서 1시간 이상 환자와 접촉했을 때 전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보건 당국 역시 초기에 이를 기준으로 감염 위험을 판단, 결국 많은 환자를 놓쳤다. 메르스 환자와 단 10분밖에 접촉하지 않은 보안요원이 감염되는 등 접촉 거리와 시간에 무관한 감염 사례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기전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은 회의적이다. 대신 환자 몸에서 나온 비말이 사람 손이나 물건 등에 묻어 이동, 거리나 시간에 관계 없이 전파됐을 거란 추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영기 충북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일반적인 바이러스는 비말에 섞여 있으면 숙주 외부에서도 20분 정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가 주로 메르스에 걸린다는 점도 이번 사태로 수정이 필요해졌다. 11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 122명 가운데 60대 이상의 고령은 49명으로 전체의 40.2%에 불과하다. 20대 이하가 8명으로 6.6%, 30대는 13명으로 10.7%를 차지한다. 30대 이하 환자가 20% 가까이 되는 것이다. 또 확진자 가운데 상당수가 건강한 상태인데도 감염됐다. 대한감염학회 역시 지난 9일 확진 환자(58명)의 36.2%가 기저 질환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령이고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메르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상식도 깨지고 있다. 최초 감염자와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동을 썼던 18번 여성 환자는 77세의 고령에 천식을 앓는데도 완치돼 9일 퇴원했다. 기존에 알려진 메르스 증상 중에서도 예외가 나왔다. 발병하면 대개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지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내에는 미열 정도거나 증상이 거의 없는데도 확진 받은 환자가 일부 있다.

이날 오후 7시 현재 완치돼 퇴원한 사람은 7명, 사망자는 10명이다. 퇴원자 평균 나이는 48.1세로 국내 전체 메르스 환자 평균(55.1세)보다는 7살 낮고 사망자 평균(71.1세)보다는 23세나 어리다. 특이한 건 사망자 가운데 7명이 2차 감염자로부터 감염된 3차 감염자인데, 퇴원자 7명은 모두 첫 환자에게서 직접 감염된 2차 감염자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2차 감염이 3차 감염보다 증상이 심하다고 알려졌는데 한국에서는 양상이 달라진 셈이다.

이 같은 ‘코르스’의 임상적 특성에 대해 국내외 학계는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출 강도가 높지 않은데도 감염된 사례에 대해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메르스 환자 배설물이 변기에 있을 때 물을 내리면 에어로졸 형태로 주변에 튈 수 있는데, 이런 경우가 새로운 감염 경로로 작용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로운 감염병의 임상 사례가 속출해 우리나라가 연구 대상이 된 데 대해 불명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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