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지도 말하지도 말고 언제나

네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주어라. 네가 침묵해도,

네 아름다움이 너를 위해 ‘나는 존재한다’ 말할 테니.

그러면 너의 아름다움은 수천 배의 의미가 되어

마침내 모든 이에게로 전해지리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 시를 읽자마자 이렇게 중얼거리게 됩니다. ‘나는 욕심쟁이가 아니야. 내게 아름다움이 있다면 물론 아낌없이 줄 생각이야. 그렇지만 도대체 나의 어디에 아름다움이 있나?’ 내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면 아주 많은 분노와 쉽게 감출 수 없는 슬픔과 소량의 자만심뿐. 내 어딘가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나무에 깃든 푸른 새처럼 세상으로 날려보낼 용의가 있답니다. 맞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독일 작가 플로리안 일리스는 이런 일화를 전합니다. “1913년 0시 1초, 총성이 캄캄한 밤을 깨운다. 짧게 딸깍하는 소리에 이어,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둔중한 두 번째 총성이 울린다. 깜짝 놀란 경찰이 급히 달려와 총을 쏜 사람을 당장 체포한다. 그의 이름은 바로 루이 암스트롱이다. 뉴올리언스의 열두 살 소년은 훔친 리볼버로 새해 환영인사를 하려 했던 것이다.” 이 일로 소년은 1월 1일 이른 아침에 소년원으로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소년이 미쳐 날뛰자 보호관찰관이었던 피터 데이비스는 엉겁결에 소년의 손에 트럼펫을 쥐어 주지요. “루이 암스트롱이 갑자기 잠잠해지더니, 악기를 애지중지하듯 받아 든다. 전날 밤 권총 방아쇠를 불안하게 만지작거리던 손가락들은 또다시 금속의 차가움을 느끼게 되지만, 소년은 이제 총성 대신 처음으로 따뜻하고, 거침없는 음색을 빚어낸다.”(‘1913년 세기의 여름’)

우리가 만나는 아름다움은 그저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분노, 슬픔, 절망일 테지만 그는 드디어 자신의 악기를 찾았군요. 그는 우리를 향해 분노이자 아름다움인 것, 슬픔이며 아름다움인 것, 한때 절망이었던 아름다움들을 날려 보냅니다.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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