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법 논리 들이대나 뻔한 정치게임

어느 쪽도 국민 편들기 바랄 자격 없어

무의미한 싸움보다 차라리 헌재 판단에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333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뜬금 없지만 ‘검경 수사권’ 얘기부터 하자. 검찰이 다 가진 수사ㆍ기소권 중 수사권은 경찰과 나누자는 건데, 가진 자가 양보할 리 없으니 매번 갈등이 된다. 4년 전엔 경찰이 ‘수사 개시권’이나마 얻는 성과를 거뒀다. 한데 검찰의 경찰수사 지휘범위에 수사 전(前)단계인 ‘내사’까지 포함된 게 문제가 됐다.

결국 모든 수사지휘권을 기존대로 검찰이 갖는 걸로 결론짓고는 경찰 달래는 묘수를 냈다. 검사의 구체적 수사지휘 방식ㆍ요건을 당초 법무부령(시행규칙)에서 대통령령(시행령) 규정으로 바꿨다. 경찰 상급부서인 행자부가 포함된 국무회의서 결정키로 한 것이다. 검찰총장이 항의 표시로 옷을 벗었고, 법 체계도 어색해졌다. 재판ㆍ수사의 세부절차는 동급의 병렬규정인데 전자는 시행규칙, 후자는 상위의 시행령이 됐다. 대수랴 싶지만 법 체계의 합리ㆍ형평성이 상했다. 정치적 결론은 자주 찜찜한 뒤끝을 남긴다.

개정 국회법 논란도 이 짝이다. 고친 법조문은 단 몇 글자다. 시행령이 법 취지와 다르다고 판단되면 국회가 정부에 ‘(의견)통보’하던 것을 ‘수정ㆍ변경 요구’ 할 수 있게 했다. 논점은 정부가 요구에 꼭 응해야 하느냐다. 강제규정은 없다. 무성의한 민원응답처럼 ‘검토했으나 수정 필요는 없다고 사료됨’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의원님들’ 요구에 관료가 감히 맞서긴 어렵다. 공개망신 당할 국회출석 요구나, 해임건의까지도 각오해야 하므로. 이러면 강제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머리 싸맬 것 없다. 진짜 핵심은 앞서 국회의 수정ㆍ변경 요구 결정이다. 당정 관계가 완전 콩가루가 아닌 한 민감한 수정요구가 여당 다수의 상임위를 통과할 일은 없다. 더욱이 야당이 지리멸렬, 도무지 다수당이 될 것 같지 않은 상황이다. 특출한 인물로 혹 새정치연합이 집권한다면, 그때부턴 거꾸로 다수 야당에게 건건이 발목 잡히게 된다.

결국 현실적으론 무의미한 정치 논란이다. 세월호 시행령에 건 전형적인 일회성 정치다툼이다. 이 뻔한 걸 놓고 헌법학자 법률가 지식인들이 정색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을 논하고, 위임ㆍ행정입법 등의 법이론을 끌어대고, 헌법정신과 민주국가체제를 운위한다. 정말 몰라서일까?

더 생경한 건 마치 국회가 힘을 합쳐 행정부의 독단에 맞서는 모양새다. 언제 국회가 여야를 넘어 정부와 맞선 적이 있던가. 언제나 대립은 ‘당정 대 야’ 였다. 당내 계파간 대결은 있어도 행정권에 대항한 입법권 싸움은 기억이 없다. 정신 놓으면 ‘행정부는 악, 국회는 선’이란 착각이 들 정도다. 일찍이 본 적도, 예상도 못해본 그림이다.

검경 갈등으로 돌아가, 매번 둘이 피 터지게 싸워도 바뀌지 않는 진짜 이유가 있다. 국민이 심드렁해서다. 아무 편 들고 싶지 않으니 “그냥 냅둬”다. 경찰이 또 군불을 지피지만 이번에도 글렀다. 성완종사건 초기 경찰은 결정적 단서인 메모를 숨겼다. 실세 이름이 좍 적힌 걸 보고 황망해 납작 엎드렸다. 메모의 존재를 밝힌 건 그나마 검찰이었다. 이런데도 경찰에 온전히 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런 권한다툼에서 승부의 관건은 법 논리나 해외사례가 아니다. 국민 신뢰를 얻는 싸움에서 결판이 난다. 경찰이 검찰보다 믿을만하다고 여겨지는 순간, 수사권 다툼은 끝나게 돼있다. 국회법 논쟁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국회, 정부 모두 검경 못지않은 신뢰도 최하급 기관이다. 국회법이 메르스보다 더 중요하냐는 짜증도 이 때문이다. 마침 사태가 터져 그렇지, 없었더라도 국민 보기엔 어떤 사소한 생활현안조차 국회법보다 덜 중요한 게 없다.

그러므로 이런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면 누구든지 상대를 압도하는 도덕성과 신뢰성을 길러 보여주면 된다. 청와대, 정부, 국회, 또는 친박 비박 누구든. 그럴 가능성 없는 지금 상황에선 이 쓸데없는 정치 다툼을 당장 끝내는 게 옳다. 정 찜찜하면 발효 후 정부가 헌재에 위헌여부 판단을 구하면 된다. 그게 정상적인 법 절차다.

주필 junlee@hankookilbo.com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