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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입력
2015.06.0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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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13일 60세의 사우디아라비아 남성이 제다의 개인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1주일 전부터 열과 기침, 가래, 호흡곤란을 겪었다.심폐질환이나 신장병을 앓거나 장기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중략) 그의 흉부 방사선 영상이나 임상 증세는 심한 독감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환자의 예에서 보고된 급성호흡곤란증(ARDS)과 다기관부전증(MODS) 합병증과 닮았다. 폐렴에 항생제가 안 듣고, 신부전 증세도 있었다. 돼지독감 바이러스(H1N1) 감염 가능성도 점쳐졌다.’

▦ 최초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병원체인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를 추출한 이집트 출신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가 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게재한 보고서의 일부다. 그는 자신이 추출해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연구소(EMC) 분석을 거친 코로나바이러스를 ‘HCoV-EMC’라고 불렀다. 당시까지 확인된 5종의 인체 감염(H)이 가능한 코로나바이러스(CoV)와는 유전자형이 달랐다. 알파(α)군에 속한 HCoV-229E나 HCoV-NL63와는 한참 멀었고, 같은 베타(β)군의 HCoV-OC43, HCoV-HKU1, SARS-CoV와도 달랐다.

▦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게 두 종류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HKU4와 HKU5였다. 다른 많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인됐지만 이 두 종류만 MERS-CoV의 ‘사촌뻘’이었다. 이런 유전적 친근성을 근거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고향은 중동에 서식하는 박쥐일 것으로 추정됐다. 또 혈청학적 연구 결과 최소한 20년 전부터 낙타들이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최종 인체 감염은 낙타를 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의 하나인 보통 코로나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거친 증세를 보인다. 다만 빠르고 다양한 변형 능력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다. EMC에 따르면 첫 발견 이후 3년도 되지 않은 사이 이미 AㆍB형 분화가 있었다. 상식에 비해 너무 급속한 한국의 메르스 확산이 당국과 의료진의 허술한 대응 탓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더욱 지독한 변형의 결과가 아니기를 빈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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