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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우리가 반면교사 삼을 영화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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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우리가 반면교사 삼을 영화 5편

입력
2015.06.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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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기' 디렉터스 예고편의 한 장면.
영화 '감기' 디렉터스 예고편의 한 장면.

메르스 공포가 한반도를 덮고 있다.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기에 공포를 더 조장한다. 심리가 무너지면 방역도 위태롭다.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정부의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흔히 보던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줄이야.

재난영화는 오락적 속성상 재난과 관련한 책임자의 실수나 관련 당국의 속수무책에 초점을 맞춘다. 재난영화 속 정부는 무릇 재난의 단초를 가벼이 여기다가 화를 키운다. 지금 이런 영화를 가볍게 즐길 수는 없어도 배울 점은 확실히 있다. 영화 속 관련 당국의 실책과 안이한 대응은 언제든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재앙에 맞선 사람들의 인간애와 이기심도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과학문명을 맹신하다 재난에 닥치고서야 자신들의 오만을 깨닫게 되는 인류의 모습을 되새기게도 한다. 바이러스와 관련해 반면교사를 전할만한 영화 5편을 소개한다.

▦감기

국내 상업영화로서는 매우 드물게 바이러스를 다뤄 화제를 모았다. 초당 3.4명을 감염시키고 치사율 100%인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소재로 삼았다. 살인적인 바이러스가 수도권 한 신도시에 급속히 확산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바이러스 감염을 단순 감기로 착각한 사람들과, 감염 확산을 초기에 못 막고 허둥대는 관련 당국의 모습도 그렸다. 메르스에 대한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뚜렷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현 정부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정부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로 이어진 모든 도로를 폐쇄하고 전투기 등을 동원한 군사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전개가 충격적이다. 짐승처럼 살처분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면 가득히 담은 비주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바이러스를 한반도에만 묶어두려고 군사작전 강행을 주장하는 미국의 이기적인 태도, 그런 미국에 항거하지 못하고 주도적인 작전권 행사를 꺼리는 국내 고위 관료들의 행태가 씁쓸한 감정을 남긴다. 단 하나의 국민이라도 보호하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젊은 대통령(차인표)의 열의가 인상적이다. 현실의 위정자들이 영화 속 대통령처럼 행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현실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아웃브레이크

바이러스 영화의 고전이 된 작품이다. 1995년 개봉 당시 흥행에서 큰 재미를 못 봤고 평단의 반응도 심드렁했다. 영화의 모티브로 삼은 에볼라바이러스가 이후 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인류의 보건을 위협하면서 뒤늦게 화제가 된 영화다. 미국 군부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바이러스를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실험했다가 마음을 파괴한 일로 영화는 시작한다. 사라진 줄 알았던 바이러스가 수십 년 뒤 되살아나고 비위생적인 어선을 통해 다른 나라로 옮겨지게 되는 과정이 사실적이다.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해 미국까지 상륙한 뒤 또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인간의 이기적인 행태와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가 부른 재앙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눈먼 자 들의 도시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순식간에 사람들의 눈이 멀게 된다는 우화적인 설정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소설가 주제 사마라구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바이러스에 의한 사람들의 죽음보다는 전염병의 확산에 따른 공포가 사람들의 본능을 어떻게 자극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수용소로 끌려가는 남편을 돕기 위해 자신도 눈이 먼 듯이 행동하는 여주인공을 통해 관객들은 지성과 이성을 버리고 본능에 지배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을 모두 집어삼킬 듯 했던 바이러스가 결국 사라지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나 이성을 잃고 본성에 따른 과거는 상처로 남는다. 바이러스라는 혼돈 앞에서도 이성이 인류를 지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과학으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을 통박하는 작품이다. 신약을 개발해 치매 등 뇌질환을 고치려 한 시도가 결국 바이러스 창궐과 인간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원작이 됐던 고전영화 ‘혹성탈출’이 핵전쟁으로 인류가 자멸한 것으로 묘사한 반면 이 영화는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의 절멸을 묘사한다. 탐욕적인 과학문명에 대한 자연의 반격에 의해 인류가 멸망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이기인 항공기를 고속도로 삼아 전세계로 순식간에 바이러스가 퍼지는 모습을 그려낸 마지막 장면은 인류에 대한 서늘한 경고장으로 여겨진다. 사스와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등 21세기 인류를 괴롭히는 질환이 결국 과학문명의 발달에 힘입어 국경 밖으로 확산된 현실과 맞닿은 엔딩이라 할 수 있다. 메르스가 처음 발병했을 때 우리도 관리능력을 살피지 않은 채 의학수준만 과신한 것은 아니었을까.

▦12 몽키즈

바이러스로 거의 절멸한 미래 인류가 타임머신으로 ‘해결사’를 과거로 보내 인류의 멸망을 막으려 한다는 공상과학영화다. 한 남자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범인을 미리 잡아 인류를 구하려 나서나 결국 실패하고 죽음을 맞게 된다는 암울한 내용이 스크린을 채운다. 주인공이 편견에 가려 애꿎은 사람을 쫓다가 진범을 눈앞에서 놓치는 장면은 만물의 영장인 척 하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인간의 허점을 보여준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처럼 항공기로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지는 과정이 묘사됐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조금은 복잡한 이야기 구성이 거리감을 두게 하나 복기할수록 서늘하면서도 교훈적인 디스토피아적 영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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